세계유산 감으로 평가받고 있는 ‘초적(草笛)’에 관심 필요
세계유산 감으로 평가받고 있는 ‘초적(草笛)’에 관심 필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구려 고분인 안악3호분의 벽화에 나타난 행렬도에서 의장대와 기마병 뒤에 도피피리 악사가 등장하고 있다(원 안 쪽). ⓒ천지일보 2019.12.4
고구려 고분인 안악3호분의 벽화에 나타난 행렬도에서 의장대와 기마병 뒤에 도피피리 악사가 등장하고 있다(원 안 쪽). ⓒ천지일보 2019.12.4

오랜 세월 함께해 온 풀피리

중국․일본은 대중화돼 있어

문화재 관계자들의 관심 필요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연주해온 민속음악의 하나인 풀피리 ‘초적(草笛)’.

언제부터 풀피리가 불렸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삼국사기(권 32, 잡지1)’에 의하면 고구려와 백제에서 도피필률(桃皮觱篥 또는 管木)이라 해 풀피리가 연주됐음을 알 수 있다. 중국 문헌인 ‘구당서(舊唐書, 권 29, 樂志)’에도 도피필률이 고구려와 백제 음악으로 존재했다고 기록돼 있어 고구려와 백제의 고유 음악인 풀피리가 중국에서도 통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4호 초적 예능보유자 영암 박찬범 명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내용이다. 박찬범 명인은 중국의 문헌 ‘구당서’에 도피필률이 기록된 것을 발견해 ‘초적’이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임을 세상에 알렸다. 고구려 고분인 안악3호분의 벽화에 나타난 행렬도에 도피피리 악사가 등장하는 것을 알린 것도 박 명인이다.

이미 중학교 역사부도 및 한국사 2016년 고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이와 같은 내용이 실렸으며, 두산백과사전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초적’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박 명인의 노력의 결과다.

우리나라 특히 고구려의 독자적인 음악인 도피필률(산복숭아 껍질)은 세월이 흐르면서 나뭇잎이나 두꺼운 풀잎으로도 불 수 있어 풀피리(草笛)로 불렸으며, 그 활용가치가 넓어졌고 방법도 다양해졌다. 고려시대 이후에는 왕실음악으로 발전, 조선시대에는 민족음악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고려시대에 풀피리가 유행했다는 사실은 이규보 선생이 쓴 한시(漢詩) ‘동국이상국집’ 권 53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조선 성종 때 편찬된 ‘악학궤범’에도 풀피리를 ‘초적’으로 소개하면서 초적의 재료나 연주법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음악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초적은 일제강점기이던 1934년 강춘섭의 초금독주음반이 발견돼 경성방송국에서 공연한 기록을 남긴 후 그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풀피리의 명맥을 이어온 이가 바로 영암 박찬범 명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박 명인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적’을 대하는 문화재 관계자들의 태도다. 지금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경우 풀피리를 취엽(吹葉, Chuiye) 혹은 취목엽(吹木葉), 취수엽(吹樹葉) 등으로 부르며 민족음악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천지일보 2019.12.4
중국의 경우 풀피리를 취엽(吹葉, Chuiye) 혹은 취목엽(吹木葉), 취수엽(吹樹葉) 등으로 부르며 민족음악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천지일보 2019.12.4

중국의 경우 풀피리를 취엽(吹葉, Chuiye) 혹은 취목엽(吹木葉), 취수엽(吹樹葉) 등으로 부르며 민족음악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외려 1905년대 이후 취엽은 예술적인 부분까지 더해져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1980년대 이후에는 음악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에서도 초적을 ‘수엽’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출간된 책 ‘’풀피리’들의 악기를 즐기다(사토 쿠니아키 외 1명)’에서는 풀피리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등 풀피리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이미 전국적으로 수많은 풀피리 동호회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환경교육의 매개로 활용하는 등 풀피리가 대중화되고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책 ‘’풀피리’들의 악기를 즐기다(사토 쿠니아키 외 1명)’에서는 풀피리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등 풀피리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4
일본에서 출간된 책 ‘’풀피리’들의 악기를 즐기다(사토 쿠니아키 외 1명)’에서는 풀피리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등 풀피리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4

풀피리는 오랜 옛날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자연에서 온 악기일 것이다. 다만 이를 민속음악의 범주에 두고 전승, 발전시켜오면서 이웃나라에 영향을 준 나라는 문헌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자연에서 온 소리, 자연이 우리에게 준 음악이기에 풀피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는 음악이다. 특히 박찬범 명인의 풀피리 음악은 국제 ‘인도주의의학(TANG ‘HUMANITAS MEDICINE’)’ 학술논문(2018년 2월 8권 1호)에 ‘박찬범이 연주한 풀피리 음악이 피로 회복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면서 풀피리 음악이 인체 치유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린바 있다.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풀피리 음악. 초적이 유네스코에 등재되느냐 안 되느냐는 어쩌면 시간문제일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어느 나라에서 먼저 ‘초적’을 자국의 민속음악으로 올릴 것인지에 대한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