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암유록> 기독교의 ‘요한계시록’ 유사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소설가 김진명의 <코리아 닷컴>에서 등장인물들이 기독교의 ‘요한계시록’과 남사고의 <격암유록>을 비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두 예언서에서 14만 4000이라는 교집합을 찾는다.

한국의 예언서로 유명한 <격암유록>은 종종 요한계시록과 비교된다. 유사한 내용이 곳곳에 기록됐기 때문이다. 격암 남사고가 글을 쓸 당시는 16세기였다. 이때만 하더라도 천주교와 기독교가 한반도에 전해지지 않아 남사고가 요한계시록을 베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원본이 아닌 필사본만 전해지면서 <격암유록>이 조작됐다는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특히 예언서는 한자로 표기돼야 할 일부가 현대어로 쓰였고 특정인과 특정 종교단체를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이 많다는 이유로 위서라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의 원본은 일제강점기에 소실됐다. 일본의 패망과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국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일제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격암유록> 원문만이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고서목록 1496-4호로 지정·보관 중에 있다.

남사고가 신인(神人)에게 전수받은 것을 토대로 쓰인 책은 임진왜란과 동학혁명, 한일병합뿐 아니라 광복 6.25전쟁 판문점 4.19혁명 등 근현대사까지 예언돼 있다. 또한 이승만과 박정희 등 역사적 인물의 행적도 미리 내다봤다는 평가도 있어 앞으로도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격암유록>의 결말은 일반적인 종말설과 달리 구원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의 기록에 따르면 미래의 세상은 ‘불로불사’ 즉,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이 펼쳐진다. ‘불로불사’를 가지고 올 한 사람, 곧 정도령(正道令)이 나타나는데 이 사람은 한반도에서 출현한다. 예언은 이대로 그치지 않고 정도령이 언제 어디서 태어나며, 가지고 나타날 증표는 무엇인지, 어떠한 말을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돼 상징적으로 기술된 노스트라다무스와 비교된다.

내용을 조금 더 살피면 ‘세론시’는 앞으로 서학이 성할 것과 남북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을 논했다. ‘말운론’에서는 화가 불어닥칠 때 장군이 나오는 운세, 사람들이 가야할 곳 ‘십처십승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 격암 남사고는 <격암유록> 이전에 기록한 <정감록>에서도 최고의 피난처인 ‘십승지’에 가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외치는 생명예언이라고 하는 ‘격암경사’는 세상의 때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영웅호걸이나 박식한 철인이라도 다가올 시대를 알지 못하면 어리석고, 반대로 시래(時來)를 알면 걸사라고 일컫는다.

이렇게 명예언가인 남사고였으나 삶은 늘 불우했다. 그는 늘 죽음과 직면할 정도로 병이 많았으며, 한겨울에 외출복이 없어 지인의 문상조차 가지 못했으며, 말직에 종사한 하급관리였다.

<격암유록>을 연구한 서적만 20여 권이며, 이를 바탕으로 파생된 비서가 발행됐다. 현재 학계는 예언서를 검토할 만한 가치가 없는 위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종교계 및 재야학자들 사이에서 간간이 연구되고 있다.

<격암유록>이란?

<격암유록>은 <남사고비결>이라고도 불린다. 세론시(世論視) 계룡론(鷄龍論) 궁을가(弓乙歌) 은비가(隱秘歌) 출장론(出將論) 승지론(勝地論) 등 60여 장의 예언으로 구성됐다. 역학·풍수·천문·복서 등의 원리를 이용해 한반도의 미래를 기록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