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공정위 사상 최대 과징금 1조 300억원을 부과했다. (출처: 연합뉴스)
2016년 7월 2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공정위 사상 최대 과징금 1조 300억원을 부과했다. (출처: 연합뉴스)

공정위 제재 취소 청구소송

법원, 퀄컴 경쟁제한 인정

퀄컴, 대법원 상고할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1조원 과징금에 대해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약 부장판사)는 4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선고 공판에서 “공정위가 2017년 퀄컴에 대해 의결한 시정명령 5항, 6항과 7·8항 중 5·6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있는 퀄컴의 본사 인코포레이티드는 특허권 사업을 하고 있다. 다른 2개사는 이동통신용 모뎀칩세트 사업을 한다.

공정위는 2016년에 이들 회사에 대해 1조 311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었다.

공정위는 퀄컴이 모뎀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 기업들에 ‘갑질’을 하면서 특허권을 독식했다고 봤다.

퀄컴은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했는데,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고 확약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삼성·인텔 등 칩세트사가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특허권 사용을 제한했다고 봤다.

또 퀄컴이 칩세트를 공급받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에도 특허권 계약을 함께 맺도록 강제했다는 결론이다. 이 같은 칩세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특허권 계약도 일방적인 조건으로 체결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퀄컴은 지난해 12월 공정위로부터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등으로 인해 과징금 1조 300억원을 부과받았다. (출처: 뉴시스)
퀄컴 자료 사진. (출처: 뉴시스)

꼭 필요하지 않은 특허권 계약을 끼워팔거나, 휴대전화 판매가격의 일정 비율을 ‘실시료’ 명목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특허권을 건네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먼저 퀄컴이 특허와 칩세트라는 상품에 있어 ‘세계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고, 휴대전화 제조사들에는 거래상 우위에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칩세트사에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상 우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점도 인정된다”며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끼워팔기 계약이나 실시료 등에 대해선 공정위와 다른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가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거나 경쟁을 제한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방적으로 불균형한 계약이 이뤄졌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정위가 퀄컴에 부여한 시정명령 1~10항 중 5항과 6항만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행위는 적법했다고 결론 내렸다.

1조 300억원의 과징금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명령은 정당해 보인다”며 “비록 세 번째 행위에 대한 공정위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됐다하더라도, 첫 번째와 두 번째 행위를 토대로 산정한 과징금 납부명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중제재나 중복부과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패소하면서 퀄컴 측은 대법원 상고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 관련 소송은 공정위 처분의 적법여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하는 필요에 따라 서울고법이 1심, 대법원이 2심을 맡는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판결에 대해 “판결 내용을 분석해 향후 진행될 대법원 상고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판결 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점검을 철저히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