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北 “국내정치 정세에 써먹으려 해”

美 “북한은 비핵화 합의 부응해야”

‘북미 비핵화협상 무산’ 우려 나와

실무협상 결렬 때부터 대화 ‘삐걱’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정한 비핵화협상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과 미국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북한은 북미대화 협상시한이 ‘연말’에 달렸다며 미국을 거듭 압박하는 반면 미국은 ‘무력 사용 가능’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 공세를 이어갔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북미 대화의 협상시한인 ‘연말’을 꺼내들면서 “앞으로 결과는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또한 리 부상은 현재 북미 대화가 교착국면에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의 선제적인 조치들에 화답하여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 무슨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 타령을 늘어놓으면서 저들에게 필요한 시간벌이에 매어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이어 “이는 국내정치 정세와 선거에 유리하게 써먹기 위하여 고안해낸 어리석은 잔꾀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앵무새처럼 외워대는 대화 타령을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으며 이제 더는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없다”고 일갈했다.

북한이 언급한 미국의 ‘국내정치 정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탄핵 조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을 받고 있으며, 미 하원은 이와 관련한 탄핵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지원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이외에도 미국은 내년 11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압박에 대해 미국은 ‘무력 사용 가능’까지 언급하며 역공 자세를 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합의에 부응해야 한다”며 “만약 필요하다면 북한 문제에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공개 압박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로켓을 쏘기 때문에 ‘로켓맨’이라고 부른다며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비핵화 합의에 부응해야 한다. 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올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비핵화협상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미 대화가 어그러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5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부터다. 북미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노이회담 이후 7개월여 만에 실무협상을 재개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돌아섰다.

이후 북한 고위 관료들은 미국에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았다.

이에 미국도 북한이 제시한 ‘연말시한’과 관련해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이는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며 유감스럽게도 그들 스스로가 만든 데드라인”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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