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1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 대사는 “미국 측이 새 항목을 신설해 대폭 증액을 요구했고, 미측에 의해 이날 협상을 더 진행하지 못했다”며 3차 회의가 파행됐음을 밝혔다. ⓒ천지일보 2019.11.19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1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 대사는 “미국 측이 새 항목을 신설해 대폭 증액을 요구했고, 미측에 의해 이날 협상을 더 진행하지 못했다”며 3차 회의가 파행됐음을 밝혔다. ⓒ천지일보 2019.11.19

워싱턴DC 3~4일 ‘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 4차 회의

연내 타결 가능성에 정은보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수용 가능한 부담 위해 노력… 연내 추가 협상 전망”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국과 미국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위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다. 서울에서 3차 회의가 미국 협상팀에 의해 파행으로 끝난 후 2주 만이다. 연말까지 이전 협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가 방위비 항목과 총액을 놓고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대표단을 이끌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을 향하기 전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에 임하겠다”면서 “연말까지 한 차례 더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단은 미국시간 3~4일 제임스 드하트(James DeHart)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를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과 4차 회의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18~19일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는 미국 측이 19일에 협상에 임한지 1시간 만에 자리를 뜨면서 파행했다. 미국 대표단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SMA 틀 안에서 서로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 측은 내년에 한국이 부담할 분담금을 올해 1조 389억원 대비 5배 이상 많은 약 50억 달러(5조원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기존 SMA 항목 외에도 역외 훈련비용, 미군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인건비 중 수당과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SMA는 올해 말에 종료된다. 이에 연말까지는 분담금 협상이 타결돼야 하지만 한미 간 이견차가 커서 연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협상인 10차 협상도 연말 시한을 넘겨 올해 2월 타결된 바 있다. 이에 올해도 연말을 넘어서 타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은보 대사는 4차 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연내 타결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연말까지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다만 구체적으로 연말까지 완결이 될 거냐 하는 것은 협상 진행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어떤 경우에도 한미가 서로 수용 가능한 부담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난 번 먼저 미국 측에서 자리를 뜨는 상황이 있었지만 어떤 경우에도 한미 간에 동맹 강화나 연합 방위 능력 강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협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도 “정부가 기존의 협정 틀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아래 인내를 갖고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루이지애나주 보시어 시티 센추리링크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미 행정부 당국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의 5배인 50억 달러(약 5조8200억 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방부와 국무부 당국자들은 이를 47억 달러로 낮추도록 대통령을 설득한 뒤 이 금액을 정당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고 전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루이지애나주 보시어 시티 센추리링크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미 행정부 당국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의 5배인 50억 달러(약 5조8200억 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방부와 국무부 당국자들은 이를 47억 달러로 낮추도록 대통령을 설득한 뒤 이 금액을 정당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고 전했다. (출처: 뉴시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분담할 금액을 대거 올려서 연내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동맹국들에게서 노골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며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과 독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협상을 앞두고 한국의 분담금을 대거 높여 표본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며 한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요구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미 상원은 2020년 국방수권법안에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5%인 국방비 지출을 하고 있다”며 “미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2020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의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미는 지난 9월부터 서울과 미국에서 번갈아 1~3차 회의를 진행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협상이 타결될 것인지 주목된다.

정은보 대사는 ‘연내 추가적 협상 가능성’을 묻는 말에 “실무적으로는 연내에 추가적으로 한 번 더 협상이 진행될 걸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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