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천지일보
청와대. ⓒ천지일보

자유한국당 김기현 前 시장 낙마 배경에 ‘하명수사’ 의혹

검찰, 경찰 수사가 靑 첩보서 시작됐다는 사실 정황 확인

靑 “개별 사안 대해 하명수사 지시한 바 없다” 의혹 부인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 출신 수사관 ‘숨진채 발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백원우 전(前)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휘하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며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지목됐던 검찰 수사관이 지난 1일 검찰 조사를 3시간여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발단부터 논란의 전개 과정을 정리해봤다.

해당 의혹은 경찰이 지난해 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과 관련한 비위 첩보를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들어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울산지검으로부터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고소·고발사건 관련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다수의 사건관계자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맡게 된 것이다.

지난해 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담당하던 민정수석실을 통해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김 전 시장의 첩보를 넘겨받고 수사에 착수한 것이 아니냔 의혹 관련 진술과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이 김 전 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통해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 개입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는 검찰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서 경찰로 전달됐고, 검찰은 황 청장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한 이후,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당시 경찰 수사가 청와대 첩보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제공: 울산지방경찰청) ⓒ천지일보 2018.3.13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제공: 울산지방경찰청) ⓒ천지일보 2018.3.13

◆‘표적 수사’ 의혹… 한국당, 검찰 고발

앞서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3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동생이 건설현장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 등을 수사하기 위해 시장 비서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김 시장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 낙선했다.

당시에도 ‘표적 수사’라는 의혹이 있었지만,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을 비롯해 형과 비서실장 등을 입건했고, 김 전 시장이 과거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이 건설사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면서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을 각각 변호사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무혐의 처분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와 관련해 올해 황 청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이와 달리 황 청장은 최근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며 수사 종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검찰이 경찰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 단서가 청와대에서 출발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靑 “사실무근”… 檢, 선거개입 여부 수사

청와대는 ‘하명수사’ 의혹 보도가 나간지 하루 만인 지난달 27일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며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반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족·특수관계인을 감찰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규정대로라면 선출직인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은 청와대 감찰반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제 청와대가 직접 수집에 나서 얻은 정보를 이첩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접수된 첩보를 전달한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이에 따라 형식상 적법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감찰반의 직권남용 여부와 별개로 청와대가 경찰에 첩보를 전달한 이후 수사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거나 지시를 내렸다면 선거 개입으로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역시도 청와대가 지방선거에 개입할 의도를 갖고 첩보를 넘겼는지를 중점적으로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황 청장을 비롯해 경찰청 수뇌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 백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 등 김 전 시장 주변 수사를 두고 주고받은 의사소통 전반을 추적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천지일보
검찰. ⓒ천지일보

◆백원우 “통상 절차” 의혹 부인

실제로 검찰은 감찰반 총괄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서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첩보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은 이른바 ‘김기현 비위 첩보’문건을 최초로 입수해 반부패비서관실에 전달한 인물로 ‘하명수사’ 의혹의 사실관계를 밝혀낼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백 전 비서관은 지난달 27일 “통상의 절차대로 했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혔다. 정치적 의도가 담기지 않았던 단순한 행정처리였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고발된 것은 벌써 1년 전이지만 단 한차례의 참고인·피의자 조사도 하지 않고 있었다”며 “황 청장의 총선 출마, 조국 전 민정수석 관련 사건이 불거진 이후 돌연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해 이제야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 꺼내들고 엉뚱한 사람들을 겨냥하는 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든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 주변 비리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9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수사 상황을 보고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보고에 부당한 내용이 있었는지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지난 1일 나왔다.

5월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조국(오른쪽) 민정수석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왼쪽). (출처: 뉴시스)

◆전직 특감반원 숨진채 발견

그리고 이날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었던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이 숨진채 발견됐다. 검찰 조사를 3시간여 앞둔 상황이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수사관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과 함께 최근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청와대로 파견돼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재직할 당시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혐의를 수사한 일과 관련해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인물로 알려졌다.

A수사관은 당시 울산으로 내려간 인물로 지목되고 있으며, 앞서 울산지검에서도 한 차례 조사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청와대 파견근무를 마치고 올해 2월 검찰로 복귀해 서울동부지검에서 근무해왔다.

울산지검으로부터 수사 내용 등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A씨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관련 내용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수사관의 사망으로 인해 검찰 수사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A수사관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할 때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치적 의도’ 여부를 두고 검찰과 청와대의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는 가운데 향후 수사 과정과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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