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 예산안 관련 서류가 놓여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앞서 ‘필리버스터’ 기습 선언하며,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등의 일괄 처리가 어려워졌다.ⓒ천지일보 2019.1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 예산안 관련 서류가 놓여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앞서 ‘필리버스터’ 기습 선언하며,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등의 일괄 처리가 어려워졌다.ⓒ천지일보 2019.12.1

20대 국회, 5년 연속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 넘겨

지난달 29일 한국당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국회 공전

여야,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며 예산안 통과 무산 책임 공방

민주당, 한국당 제외한 4+1 공조로 예산안 처리 시사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513조원대에 달하는 내년도 ‘슈퍼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한 채 지난달 30일까지 지정된 활동 시한을 넘겼다. 이로서 올해 예산안 처리도 법정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예산안 상습 늑장 처리를 막는다는 취지로 2012년 입법된 국회 선진화법은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12월 2일로 못 박고 있다. 예결특위 활동 시한 이후엔 국회 원내 교섭단체들이 합의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 대신 국회의 수정안을 처리하게 된다.

다만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이후 국회가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여야 협상마저 중단되면서 수정안 처리마저도 미궁 속에 빠졌다. 이로써 20대 국회는 5년 연속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넘겼다는 오명을 더하게 됐다.

정부가 제출한 513조원 규모의 예산안 원안은 1일 0시를 기해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자동 부의됐다. 예년에는 ‘교섭단체 예결위 간사 협의체’가 막판 심사에 나서곤 했지만, 올해는 협의체가 지난달 28일에서야 가동되는 바람에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날 여야는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것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공방을 이어갔다.

한국당 예산결산위원회 예산안 조정소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마저 정치적 공세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심의를 거부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민주당 본회의 봉쇄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민주당 본회의 봉쇄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12.2

그러면서 “예결위 3당 간사 협의체는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도 없이 심도 있는 심사를 진행해왔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어제 일요일에 느닷없이 필리버스터 철회 없이는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겠다고 주장하며 간사 협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다.

예산 조정소위 위원들은 “한국당 등 야당의 예결위 간사들은 아직 심사 보류된 사업이 많고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은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예산안 심의‧의결을 통해 민생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로서 헌법과 국회법이 명시한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이 끝난다”며 “지금이라도 더불어민주당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민생을 위해,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서라도 조건 없이 예산협의에 즉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예산조정 소위 위원들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무차별적인 필리버스터로 민생법안을 정쟁의 볼모로 삼았던 한국당이 예산 심사의 지연마저 남 탓을 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전면 반박했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예산 심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실 한국당”이라면서 “3당 간사 간 협의체 구성을 두고 한국당 소속 위원장의 참여를 고집했고 회의와 속기록 공개 등 무리한 주장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 심사는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며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조건 없이 철회하고 대화와 타협의 길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과 협의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에 의해서 예산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한국당을 향해 경고했다.

전 의원은 “정기국회가 10일까지 진행되는데 적어도 9일까지는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가 돼야 한다”며 “이번주 금요일이나 다음주 월요일에는 마무리돼야 한다.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이 협의에 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예산안 등 예산심사소위 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예산안 처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예산안 등 예산심사소위 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예산안 처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

‘만약 2일까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풀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전 의원은 “실질 협의가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된다면 연장하지만 내일까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 4+1 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안 처리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모두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보냈다.

문 의장은 “오늘은 헌법이 정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인데 결국 지키지 못했다”며 “20대 국회는 5년 연속 법정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국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밤을 새워서라도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꼬일 대로 꼬여버린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인해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 이후에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거기에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올라가 있는 선거제도와 사법개혁안 갈등까지 더해진다면 예산안 처리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은 선거제도와 사법개혁안 관련 대치가 풀리지 않을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로 패스트트랙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 앞서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간사, 김 위원장, 자유한국당 이종배 간사, 바른미래당 지상욱 간사. ⓒ천지일보 2019.11.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 앞서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간사, 김 위원장, 자유한국당 이종배 간사, 바른미래당 지상욱 간사. ⓒ천지일보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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