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혁신도시, 말만 혁신… “살기 불편하고 저녁·주말 다 한산해”
김천 혁신도시, 말만 혁신… “살기 불편하고 저녁·주말 다 한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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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지난달 27일 찾은 경북 '김천 혁신도시.' 상가에는 '임대 문의' '파격 할인' 등의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19.12.2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지난달 27일 찾은 경북 '김천 혁신도시.' 상가에는 '임대 문의' '파격 할인' 등의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19.12.2

“유동인구 없고 시설도 적어”

혁신도시지만 생활시설 부족

의료·문화·여가시설 등 시급

공공기관 협력 지원책 늘려야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보기에는 굉장히 좋아 보여요. 지방에 있는 도시라고 생각 못하도록 깔끔하고 공원도 예쁘게 되어있고요. 하지만 저녁이나 주말만 되면 한산한 도시가 되고 사람이 없어요.”

지난달 27일 찾은 경북 김천 ‘김천 혁신도시’ 내 도심 상가에서 만난 김지연(30대, 여, 김천시 율곡동)씨의 말이다. 김씨는 혁신도시의 모습을 보고 “밤에는 유동인구가 적어 큰 길 아니면 무서워서 걸을 곳도 없다”며 “몇 년 째 여기 살았지만 여전히 비어 있는 아파트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말들은 도심을 찾으면 금방 알 수 있다.

혁신도시 상가에는 ‘임대 문의’ ‘파격 할인’ 등의 전단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김천 율곡스퀘어 관계자는 “아무리 임대료를 낮춰도 장사가 안되니까 자영업자들이 오질 않는다”며 “평일 저녁보다 주말이 오히려 장사가 더 안 될 때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저녁에 찾은 혁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는 분양이 안 돼 아파트 한 동 마다 3개 이상 불이 켜진걸 보기 힘들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혁신도시는 당시 노무현 정부의 주도하에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균형발전을 위해 진행됐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고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수도권을 뺀 전국 광역시·도에 모두 10곳의 혁신도시를 지정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동해 인구를 분산시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목표였다. 1차 목표는 2012년까지 모두 153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냈고 현재 이들 공공기관 가운데 152개 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했다.

2018년 12월 31일 기준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혁신도시별 사업추진현황. (제공: 국토교통부) ⓒ천지일보 2019.12.2
2018년 12월 31일 기준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혁신도시별 사업추진현황. (제공: 국토교통부) ⓒ천지일보 2019.12.2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혁신도시 발전추진단은 ‘혁신도시별 사업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전체 계획인구 달성율은 72.1%로 경북 김천 혁신도시인 78.5%에 비해 낮다. 전체 이전 기관 직원 3만 9593명 중 62%의 직원이 직장을 따라 혁신도시에 이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실은 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지 않고 평일에 잠시 머무르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하나같이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김천 혁신도시에 이주한지 3년째 되는 김동현(가명, 31, 남, 김천시 율곡동)씨는 “이곳에는 영화관이 하나밖에 없고 여가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며 “보통 주말이나 휴일엔 원래 살던 경기도로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은 4만 923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1만 5675명으로 38.3%에 그쳤다. 나머지 직원의 60% 가량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온 이른바 ‘기러기 아빠’이거나 미혼·독신가구, 타 지역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의료와 문화, 여가시설 면에서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김천 혁신도시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김민숙(가명, 50대, 여)씨도 “아들이 한번 아픈 적이 있어 구미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만약 혁신도시에 병원이 있었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이유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들도 살던 곳에서 출퇴근하거나 혼자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지난 27일 찾은 경북 ‘김천 혁신도시’의 밤. 어둠 가운데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천지일보 2019.12.2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지난 27일 찾은 경북 ‘김천 혁신도시’의 밤. 어둠 가운데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천지일보 2019.12.2

김천 혁신도시로 이주한 이주혁(40대, 남)씨는 “김천에서 사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수도권에 있는 학교와 학원에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혼자 김천에 내려와 소위 말하는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혁신도시별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혁신도시 거주자의 정주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특히 교육(50.9점), 편의·의료서비스(49.9점), 교통(45.2점), 여가(45.2점) 순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이에 따라 김천 혁신도시에는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대 도시공학과 관계자는 “도심을 활성화하려면 결국 사람이 계속해서 모이고 머무르느냐에 따라 달렸다”며 “정부가 민간 상업시설은 손대기 어려워도 교육·행정·의료 등 공공의 지원책을 높이고 복합 건물들을 지어 조건을 갖춰준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지난해 10월 ‘혁신도시 시즌2’라는 이름으로 종합 발전 계획을 세웠지만 얼마나 지역에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리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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