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국회가 ‘예산국회’로 불릴 만큼 나라살림살이에 대한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국회 철이 되면 법정기한(12월 3일)을 넘기지 않고 정부예산안을 통과해주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그렇지만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처리되지 못한 사례가 많았고, 2014년 예산과 관련돼 본회의 자동부의제가 채택된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며칠씩 늦춰 통과되는 바람에 정부에서는 예산 관련 후속조치 마련 등에 고초가 많았다. 

최근 2년 연속으로 예산안은 지각 처리됐다. 2014년에서 2016년까지는 그나마 법정기한인 12월 3일에 처리됐지만 2017년 12월 6일, 2018년 12월 8일로 조금씩 늦춰졌고 올해는 이보다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월 30일까지 심사를 완료·의결하지 못하면 예결위 활동은 자동으로 종료되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바, 예결위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 원안인 513조 5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이 12월 1일 0시를 기해 본회의 안건으로 자동 부의된 상태다.

통상적으로 자동부의된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겠지만 지금까지 밀도 있게 예산안을 검토해온 여야 3당 ‘간사협의체’에서 합의 결과를 반영한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다면 몰라도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시한이 지난 예결위 활동과 여야 3당 간사간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져 있다. 다만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정국 상황과는 별개라며 “예산은 제대로 처리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어떻게 정리될지는 미지수이다.    

예산 셈법이 더 어려워진 가운데 각 당이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을 연계해 원내 전략을 만들어내겠지만 국회가 예산 심의권을 포기하고 정부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는 것은 국회의 권한과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결국 여야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국 주도권 잡기에 매달렸다가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는 예산 정국을 맞았으니 한마디로 꼴불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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