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들의 기자회견에서 민식군의 어머니가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들의 기자회견에서 민식군의 어머니가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본회의 무산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

“억울하게 죽은 아이 두 번 죽였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카드를 꺼내 들며 민생 법안의 국회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되자 어린이 안전 관련법 통과를 요구해오던 피해 어린이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쓰지 말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당장 본회의가 열리지 않음에 따라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해인이법(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 처리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본회의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가장 우선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제안했다.

교통사고 피해 아동 부모들인 민식·하준·해인·태호 부모님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정치인들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두 달여 전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사망한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왜 우리 민식이가 그들의 협상카드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저희 가족들 이렇게 길거리 나와 무릎 꿇으며 당신들한테 빌 일 없었다. 우리 아이들 이용하지 말아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어 “당신들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 내준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하지 못 하는 일을 국회의원들 당신들이 하라고 주어진 자리”라고 비판했다.

민식 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두 번 죽였다”며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그게 국회의원인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고 할 말 없다”고 침통해했다.

태호군의 아버지 김장회씨는 “그제인가 아내가 어머니들과 함께 (지난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유한국당 이채익 간사에게) 무릎 꿇었을 때 정말 그만하고 싶었고 그렇게 비굴할 수가 없었다”면서 “그런데 오늘 말씀하시는 거 보니 너무 화가 난다. 여기까지 진짜 힘들게 왔다. 민식이법 하나라도 해달라는 데 그게 그렇게 어렵느냐”며 울먹였다.

이해인양의 아버지 이은철씨도 “왜 도대체 아이들을 이용해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꼭 이유를 듣고 싶다”며 “이렇게 사용하라고 뒤에 법자 붙여서 아이들법 만들고 하는 것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제발 아이들 조금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든 것이냐”며 “선거 때 되면 표 받기 위해 국민들 앞에 굽신거리고 지금은 국민들이 무릎 꿇어야 하고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제371회 국회 12차 본회의에 앞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제371회 국회 12차 본회의에 앞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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