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 보장하라’ 등의 손피켓을 들고 본회의 개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 보장하라’ 등의 손피켓을 들고 본회의 개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한국당, 29일 본회의 직전 필리버스터 신청

20대 국회, ‘최악’이라는 꼬리표 못 벗을 듯

‘민식이법’, ‘데이터 3법’ 등 통과 ‘무산’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 기한안에 통과 못 시켜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자유한국당이 29일 본회의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선언하면서 내년도 예산 처리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간 법안 처리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상정된 모든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했다. 한국당은 의원 한 명 당 4시간씩 토론을 이어가며 내달 10일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방침이다.

총 108명의 한국당 의원이 하루 4시간씩 토론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내달 10일까지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충돌로 인한 ‘동물 국회’의 재연과 저조한 법안처리율로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대 국회가 ‘마지막 정기국회 마비’라는 오명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날 ‘민식이법’과 ‘데이터 3법’을 포함해 200건의 법안을 처리하려던 국회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12월 10일까지는 국회가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인 12월 2일 내 처리도 현재로서는 안개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을 향해 “민생법안을 볼모로 삼는 행위”라고 맹비난하는 동시에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돌파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묘책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반면 한국당은 비판적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필리버스터를 시작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청와대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쟁점화하며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선언에 본회의 직전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는 비공개로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입장해있는 본회의장에 발을 들이지 않은 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의총에서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던 이 원내대표는 황급히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의사일정 진행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또한 본회의 불참으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개시를 일단 막은 민주당은 추후 본회의 일정을 잡아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고,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아울러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민생파괴·국회파괴’로 규정하고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한국당 규탄대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한 대안신당을 포함한 야당들도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맹비난하면서 패스트트랙 정국은 더욱 혼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찬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한국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20대 국회 전체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다”며 “제가 30년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꼴은 처음 본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오늘 법안은 국민을 위한 민생법안이 대부분이고, 유치원3법은 11개월을 기다린 국민 대부분이 통과를 기대하는 법안이지만 한국당은 외면했다”며 “참을 만큼 참았다.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민생법안 필리버스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라며 “한국당의 이런(필리버스터) 시도는 정치 포기 선언이다. 이에 대한 마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한국당이 내팽개친 민생과 국민만 바라보고 난관을 헤쳐나가겠다”며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한국당이 저지른 폭거를 하나하나 또박또박 응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신청을 신호탄으로 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선거법 개정안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또 황 대표의 단식 중단으로 대여 공세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신청 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사보임,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이제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제371회 국회 12차 본회의에 앞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제371회 국회 12차 본회의에 앞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천지일보 2019.11.29

나 원내대표는 “이 저항의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생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필리버스터가 국회법에 규정된 합법적 수단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본회의가 개의되면 스쿨존에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부정적 여론 확산을 의식해 일명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이후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의결정족수가 되지 않을 경우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시도를 원천 봉쇄하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당초 국회 관행은 안건 의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의 경우 의결정족수를 채워야 개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본회의를 개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국회법에서 인정한 권한과 책무를 넘어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고 있다”며 “의장이 개의를 거부하는 것은 국회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이날 밤 12시까지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그날 안건에 대해 신청한 무제한 토론도 모두 무효가 되기 때문에 한국당은 이날 저녁 9시에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후속 전략 마련을 할 전망이다.

문 의장이 향후 본회의 개최와 안건 상정 등과 관련해 어떤 판단을 할지도 향후 패스트트랙 정국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과 전해철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왼쪽)과 전해철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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