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27법난사건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서실장을 맡았었다는 일선스님이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평화통일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천지일보 2019.11.28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27법난사건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서실장을 맡았었다는 일선스님이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평화통일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천지일보 2019.11.28

조계종, 정부로부터 피해보상비 1500여억원 예산 받아
“정작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도 못 받아 병원비도 없어”
90세 나이에 홀로 조촐한 컨테이너박스서 독거 생활중
“보상비 탐내는 정치승들 주장에만 귀 기울이는 정부
종단이 ‘꿀꺽?’ 혈세 낭비 그만… 보상비 재조사 필요”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이 10.27법난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법난기념관을 짓겠다고 합니다. 피해자인 나는 정작 돈이 없어서 병원도 못 가고 매일 허리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는데, 기념관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기념관은 나 죽은 다음에 짓든지 말든지… 피해자 보상부터 제대로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10.27법난사건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서실장을 맡았었다는 일선스님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10.27법난 사건은 전두환 정부 시절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사업 명분으로 전국의 사찰 및 암자 등을 수색하고, 승려와 불교계 관계자 1776명을 강제 연행해 고문한 사건이다.

이에 정부는 과오를 인정해 2008년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특별법)을 제정했다. 국회에서는 법난 피해자에 대한 보상비로 1500여억원의 기금조성을 해줬다. 그러나 거액의 보상비는 ‘10.27 법난기념관’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피해자가 아닌 종단에 돌아갔다. 현재 조계종은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를 주축으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일선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천지일보 2019.11.28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일선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천지일보 2019.11.28

“당시 2층서 떨어져 몸 만신창이돼”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평화통일사에서 만난 일선스님은 “법난기념관건립이 우선이 아니라 먼저는 살아있는 63명의 피해 스님들부터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나이 90세인 스님은 이날 작은 컨테이너박스에 자리한 단출한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켜 본지 기자들을 맞았다. 방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띈 것은 스님 옆에 놓인 목발과 휠체어였다.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탓에 방은 마구잡이로 어질러있었다.

10.27일 법난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냐는 질문에 잠시 그날을 회상하던 스님은 1980년 10월 27일 아침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일어났던 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사건 당일 조계종 사무실에는 총무원장 송월주스님과 간부 스님 15명이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깡패처럼 보이는 5~6명의 중앙정보부·보안사령부 사람들이 찾아와 군홧발로 스님들을 차고 때리며 강제로 연행해갔다”고 했다. 이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도 폭행을 가하고, 맞아서 엎어져 있던 나를 2층 밖으로 던져버렸다”며 “추락사로 인해 허리와 다리, 머리뼈 등이 부러졌고, 온몸이 병*이 됐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27법난사건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서실장을 맡았었다는 일선스님이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평화통일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천지일보 2019.11.28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0.27법난사건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사서실장을 맡았었다는 일선스님이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평화통일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님은 ‘10.27법난피해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백서’에도 기록돼 있는 법난사건 피해자다. ⓒ천지일보 2019.11.28

현재까지 받은 돈 고작 ‘1678만원’

이러한 사건으로 인해 조계종은 정부로부터 약 1500억 예산을 받았다. 국회가 책정한 법난 피해자에 대한 보상비를 피해자 1인당 배상액으로 환산하면 인당 약 15억 6000만원의 배상금이 지급돼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스님은 2011년이 돼서야 정부로부터 피해 기금 165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일선스님은 1650만원은 노승이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호소했다.

“병원비, 생활비, 절(사찰)도 없는데… 지금도 허리가 부러지는 것 같아 꼼짝을 못합니다. 말초신경도 다 발로 내려와서 발을 땅에 댈 때마다 고압선에 감전된 것 같이 고통스럽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종단에서 돈을 더 준다거나 다른 지원을 해주겠다는 말이 있었냐는 질문에 스님은 “최근 돈이 없어 굶어 죽는다, 약도 못 먹고 있다고 하니 통장에 28만원을 넣어줬다”며 “스님들이 사회활동을 안 해서 잘 모르다 보니 다 거짓말하고 있는 것 같다. 돈 몇십 만원에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토로했다. “소문에 의하면 정부가 종단으로부터 준 돈을 조계종이 ‘꿀꺽’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도 스님은 주장했다.

또한 일각에선 피해자 보상이나 진상조사가 아닌 기념관을 짓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수도 없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일선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상비를 탐내는 일부 정치승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와 국회로 인해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제대로 보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와 정부는 피해자들의 한이 없도록 피해 보상비에 대한 조사를 재검토해서 법난 피해자들이 아닌 자들에게 국민 혈세가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조감도(10.27법난기념관,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기념관 2동(서울시 종로구 수성동) 부지 내에 김종 전 차관 친동생 소유의 건물이 있다.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조감도(10.27법난기념관,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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