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8

중3학부모 고교 선택서 혼란

“사교육 시장, 호황 누릴 듯”

교총 “급조된 정책발표 문제”

“고교교육 정상화에 부정적”

학부모 “우리가 실험용 쥐냐”

[천지일보=김빛이나, 이수정 기자] 정부가 서울소재 16개 대학의 대입 정시 비중을 4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등의 대입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중3의 고교 선택은 여전히 혼란스러울 것이며 사교육 수능 시장도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교육계에서는 “정권 입맛 따라 대입을 흔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개편안을 살펴보면, 학생부 종합전형의 투명·공정성을 강화하면서 정시 수능전형을 4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등 대입전형 간 비율을 조정하고 대입전형을 단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발표로 중3 이하 학부모들은 오히려 고교 선택에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시가 대세인 상황에서 자사고, 특목고 선발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13개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 조사를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일반고로 마음을 굳혔던 학생들이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면학 분위기와 좋은 교육환경 등이 자사고, 특목고의 매력일 수 있다. 하지만 내신 따기가 여간 만만하지 않다. 수능 준비는 인터넷강의나 학원에서 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실이라고 보면 아무래도 내신 따기가 좋은 일반고가 좀 더 많은 옵션을 갖고 대입에 임할 수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조희연 교육감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인 ‘학원 일요휴무제’ 도입을 위해 숙의민주주의 공론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학원 일요휴무제’는 일요일만이라도 의무적으로 학원 문을 닫게 해 학생들에게 ‘쉼이 있는 주말을 돌려주자’는 제도다. 하지만 제도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온라인·전화 사전여론조사와 함께 ‘열린 토론회’ 및 200여명의 시민참여단이 진행하는 토론을 통해 오는 11월까지 공론화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천지일보 2019.9.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천지일보 2019.9.29

다만 이와 관련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물론 정시가 40%로 늘면 수시 이월까지 합쳐 실제로는 45%내외가 되어 내신이 불리한 학생들에게 기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자사고, 특목고가 유리해졌다라기보다는 그들의 불리함이 다소 줄었다. 일시적으로 자사고, 특목고나 명문 일반고의 인기가 회복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교육 시장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학종 컨설팅 시장은 학생부 기재사항이 줄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인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중요성이 올라가면서 이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논술학원이나 어학원 등은 논술전형과 어학특기자의 축소 내지는 폐지 유도로 침체기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면접 대비 강좌를 늘려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장은 “정시 40% 확대로 정시 컨설팅 시장은 더 커질 것이며 이에 따라 온라인 합격진단 프로그램을 포함해 온라인 컨설팅 시장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패자부활의 의미도 갖고 있는 정시 확대는 재수 욕망을 가져오므로 학령인구의 감소로 다소 우울해있던 재수학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토파즈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19 대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정시모집 배치참고표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토파즈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19 대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정시모집 배치참고표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0

교사·학부모 등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이번 개편안 발표와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과 도덕성 문제는 도외시한 채, 결국 대입제도만 정권과 그 지지세력이 하고 싶은 대로 또 뒤바꾸고 밀어붙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대입제도를 공정성에만 입각해 재단함으로써 학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학생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정시 확대는 전형 간 균형 차원에서 공감하지만 특정 학교만 적용하는 급조된 정책을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입장문을 통해 “사교육에 의존해 준비할 수밖에 없는 논술과 특기자 전형의 폐지를 유도하기로 한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정시 확대 방안에 대해선 “고교교육 정상화 및 미래교육을 위한 고교 학점제 추진 등에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아니할 것으로 보인다.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상임대표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학생·학부모가 실험쥐도 아닌데 이번 정부에 들어 대학입시가 ‘왔다갔다’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은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데 이렇게 되면 사교육비만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에 따라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교육에 대한 정책이 바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학부모들은 교육부에서 제시한 입시 가이드라인으로 대입을 준비하는데 이렇게 매번 바뀐다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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