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지난해 10월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파나마 선박 샹위안바오호와 북한 백마호 간의 불법 환적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출처: 미 국무부 ISN)
미 국무부가 지난해 10월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파나마 선박 샹위안바오호와 북한 백마호 간의 불법 환적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출처: 미 국무부 ISN)

북한 상선이 다니지 않는 곳

선박 이름·국적 표시도 없어

軍, 검문검색 안 해… “기상악화로 남하 추정”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던 500t급 북한 민간 상선 1척이 지난 27일 오후 11시 30분경 우리 관할 수역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합동참모본부가 28일 밝혔다.

합참은 “북한 상선이 어젯밤 11시 30분경 우리 관할 수역 밖으로 퇴거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오전 5시 50분 북한 상선은 백령도 전탐감시대 레이더에 최초 포착됐으며, 당시 NLL 이북 해상에서 중국 어선과 함께 있다가 이탈해 NLL 쪽으로 이동했다.

이어 오전 6시 40분경 NLL을 통과해 남하했다. 백령도에 있는 고성능 영상감시체계와 출동한 해경정이 선적을 확인하는 작업을 했고, 당시 중국 선박으로 인식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상선은 NLL 이남으로 남하하는 과정에서 우리 함정이 2차례 무선통신을 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군은 정확한 선박 이름과 선적 확인을 위해 호위함과 초계함, 고속정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하지만 선박 이름이 표시돼 있지 않았고, 국적을 표시하는 깃발도 없었다.

상선에 근접 기동한 해군 함정이 이 상선의 조타실 유리창 위에 표기된 번호를 찾아내고 국제해사기구에 등록된 북한 선박 번호임을 확인했다.

군은 응답이 없자 전날 낮 12시 40분경 경고사격 10여발을 발사했다. 이후 북한 상선은 해주항으로 간다는 교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NLL 밖으로 퇴고한 후 해주항으로 갔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북한 상선이 NLL 이북 해상에서 남쪽으로 6시간가량 기동한 항로는 그동안 북한 상선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은 선박에 올라가서 검문검색은 하지 않았다. 군은 북한 상선이 경고사격 이후 지정한 방향으로 순순히 이동했기 때문에 검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당시 해상 파고가 2.5m로 고속정이 출동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서해 도서에서 해안포 사격를 지시했고 지난 2015년부터 연평도 인근 갈도와 아리도, 함박도 등을 군사기지화를 했다. 서해 NLL 일대 군사기지화는 남북 군사 합의의 취지인 신뢰 구축에 반하는 행위로 알려지면서 정부도 9.19군사합의서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서해 NLL을 넘어온 북한 상선의 이동도 단순 기상악화로만 평가될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또한 북한은 해상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피해 불법 유류 환적을 실시한 전력도 있어서 이번 북한 상선의 항로는 여러 관측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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