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 마리의 양들이 사는 ‘양들의 천국’

1882년 냉동선 취항으로 양 사육 발전해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어 가축 전염병 예방

강수량 많고 온화한 날씨로 목초생산량 증가

국토 50% 이상 광활한 목양지

뉴질랜드는 강수량이 많고 온화한 날씨로 목초생산량이 많아 양 3천만 마리 전부를 방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28
뉴질랜드는 강수량이 많고 온화한 날씨로 목초생산량이 많아 양 3천만 마리 전부를 방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28

뉴질랜드를 양의 나라 또는 양의 천국이라 부른다. 양의 숫자가 3천만 마리 정도로 인구의 7배에 이른다. 인구 대비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양은 최초로 인간에게 따뜻한 옷감을 제공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양은 인간에게 있어서 떼래야 뗄 수 없는 동물이다. 뉴질랜드에서 양 사육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1882년 냉동선이 취항함으로써 양고기의 해외수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양모 등 1차 산업 수출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천혜의 지리조건이 뒷받침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각종 가축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 또 강수량이 많고 온화한 날씨 때문에 목초생산량이 많은데, 이는 양 3천만 마리 전부를 방목할 수 있는 핵심 인자라 할 수 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도로 옆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는 양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폭신폭신한 양의 모습에서 무릉도원(武陵挑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뉴질랜드는 전 국토의 50% 이상이 광활한 목양지로 조성돼 있으며, 이는 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주요 팩터이다.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양의 생활 특성상 우선 목초지가 넓어야 한다. 양이 풀만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땅속 깊이 박혀있는 풀뿌리까지 뽑아먹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이 한 장소에만 계속 머문다거나 목초지가 좁다면 그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파괴될 수밖에 없다.

 

양의 나라 또는 양의 천국이라 불리는 뉴질랜드. (출처: 게팀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28
양의 나라 또는 양의 천국이라 불리는 뉴질랜드. (출처: 게팀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28

인간의 필요에 따른 품종 개량

양의 가축화가 시작된 시기는 기원전 8000~9000년경으로 중동 지역이 최초였다. 이후 인간은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품종을 개량해 왔다. 그 결과 최근까지 1000여종의 품종과 변종이 있으며 거의 모든 대륙에서 양이 키워지고 있다. 양은 가장 오랫동안 사람에게 길들여진 동물 중의 하나다. 게다가 초식동물로 겁이 많고 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떼를 지어 모여 있더라도 양떼목장 밖에서 자동차가 멈춰 서거나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고 양떼를 보는 순간, 그들은 패닉을 일으키며 도망가거나 동분서주한다.

이처럼 순하게만 보이는 양이 원래부터 온순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가축으로 길러지는 과정에서 인간을 따르는 훈련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육식동물과 비교해서 그다지 공격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동물이 양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양이 화가 날 경우, 숫양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침범한 동물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주위에 있는 다른 양이나 사람마저 거칠게 공격하기도 한다. 평소 한가로이 풀을 뜯던 순하게 보이던 양이 갑자기 돌변하기 시작하면 그 기세가 무서울 정도다. 묵직한 물건을 휘두르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가속도를 붙여서 공격할 뿐만 아니라 체중까지 실어서 들이받는다는 점은 더욱 위협적이다.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 아니고서야 이런 거친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이와 반면, 양의 기억력은 놀라울 정도다. 한번 본 사람 얼굴을 기억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표정을 보고 감정까지 파악할 수 있다.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강수량이 많은 온화한 날씨로 뉴질랜드는 양모 등 1차 산업 수출이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28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강수량이 많은 온화한 날씨로 뉴질랜드는 양모 등 1차 산업 수출이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28

품질 좋은 양모와 식량 조달에 큰 역할

뉴질랜드 전역에 걸쳐 길러지는 양은 품질 좋은 양모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식량을 조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양모의 이용은 굵기와 길이에 따라 다르다. 또 양의 종 가운데 메리노종이 가장 가늘고 아름다운 양모를 생산한다. 양고기 또는 우유제품 등으로 생산되며, 그중 일부는 뉴질랜드 내수용으로 사용되고 대부분 전 세계로 수출된다. 뉴질랜드 국가 경제에 큰 일익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양의 털은 조금씩 계속 자란다. 너무 많이 자란 양의 털은 오히려 양의 건강에 해가 된다. 하지만 양은 스스로 털갈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이 주기적으로 털을 깎아줘야 한다. 양의 털을 주기적으로 깎아주지 않고 방치한다면 뉴질랜드에서는 동물학대로 간주한다. 추운 겨울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겨울에 양털을 깎아주면 털이 없으니 양들이 어떻게 추위를 견뎌낼 수 있을까. 하물며 털이 있다고 하더라고 자기 털만으로는 추운 겨울을 견뎌내기가 힘든데 말이다.

그 방법으로 양들이 서로 몸을 비비면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양털은 너무 길게 자라면 뜨거운 여름에는 더위를 견디기 힘들뿐만 아니라 털의 무게 때문에 제대로 걷는 활동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양들은 비록 털이 무겁더라도 털깎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이리저리 도망가려고 한다.

 

뉴질랜드는 양모 등 1차 산업 수출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28
뉴질랜드는 양모 등 1차 산업 수출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1.28

털 깎기 싫어 도망간 ‘슈렉’
뉴질랜드에서는 거대한 털을 가진 양 한 마리가 도망가 6년 만에 발견된 적이 있다. 주인공은 메리노종으로 ‘슈렉’이라는 이름을 가진 양이다. 1998년 뉴질랜드 남섬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다.

1998년 어느 날, 양의 주인은 아침부터 몇 마리 양의 털을 깎기 위한 도구를 준비하기에 분주했다. 당시 4세에 불과한 ‘슈렉’은 멀리서 이를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주인이 양털을 깎으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그 순간 ‘슈렉’은 어떻게 하면 빨리 도망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슈렉’은 때를 놓칠세라 주인이 한눈을 파는 사이 재빠르게 언덕으로 도망쳤다. 털이 많아서 뛰기 힘들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정신없이 뛰었다.

양의 주인은 갑자기 없어진 ‘슈렉’을 찾기 위해 모든 일을 뒤로 미룬 채 몇 날 며칠을 동분서주했다. 그런데도 ‘슈렉’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동경로조차 알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양이 다른 길을 갔다면 왔던 길로 되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주인은 ‘슈렉’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차리고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슈렉’의 존재를 잊은 채 몇 해를 보냈다. 그러던 중 2004년 4월 어느 날 남섬의 한 동굴에서 거대한 털의 양 한 마리가 발견됐다. 발견된 양은 ‘슈렉’이었다. 도망간 지 6년 만에 기적적으로 되찾은 큰 기쁨이었다. 슈렉의 나이는 이미 10살이 됐다. 그동안 ‘슈렉’은 동굴로 도망간 후, 동굴 주위에 있는 푸른 초장을 거닐면서 기거해 왔다. 6년 동안 털을 깎지 않아서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무성하게 자란 거대한 털에다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거대 몸집을 가진 뚱보처럼 보였다. 이 같은 놀라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슈렉’은 뉴질랜드는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슈렉’의 양털이 워낙 많아서 이를 깎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뉴질랜드 최고의 양털 깎기 전문가인 데이비드 파간과 피터 캐설 리가 ‘슈렉’의 털을 깎기로 결정됐다.

‘슈렉’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전 세계적이었다. 양털 깎는 모습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될 정도였다. ‘슈렉’에서 깎인 양털의 무게가 무려 28㎏ 정도였다. 이는 남성 정장을 20벌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슈렉’은 뉴질랜드 양모의 아이콘이 됐으며 양모산업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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