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광야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집회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2
26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광야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집회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6

두달째 이어지고 있는 한기총 노숙집회

인근 주민들 인내심 한계… 탄원서 제출

 

“소·대변에 길거리에서 취사까지… 못참겠다”

한기총, 집회강행 “성스러운 예배 방해말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집회 참가자들이요. 흉악해요 진짜로. 집 앞에다 버젓이 불법 주차를 하는가 하면, 골목에 소변보는 건 일쑤고 심지어 남의 집 하수구에다 대변을 보기까지 합니다. 정말 못살겠다니까요…. 항의하면요? 욕이 돌아와요. 깡패나 다름없어요 진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윤정희(53, 여)씨에게 최근 두 달간 이어지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청와대 야간집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이 같은 말이 돌아왔다. “(한기총 집회로)힘든 것 말해보라 하면 날밤새야 한다”는 그는 생각만 해도 울화통이 차오른다면서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했다.

한기총의 집회가 장기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면서 집회 소음으로 인한 청와대 사랑채 인근 주민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25일 만난 주민들은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내며 분노를 터뜨렸다.

“살아보지 않으면 주민들의 고충을 몰라요. 골목엔 매일같이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가고…. 밤이 되면 시꺼먼 남성들이 술 취해서 큰 소리로 떠들며 돌아다니는데 골목에 가로등도 없어서 얼마나 섬뜩한데요.”

청와대 인근에서만 53년을 거주한 그야말로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윤씨는 그간 어떤 정권에서도 한기총 집회같이 과격하고 욕설이 난무하는 집회는 없었다고 했다. 문제는 이 과격함이 이젠 주민들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윤씨는 최근 화가나는 일을 겪었다. 한기총 집회 참석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윤씨의 집 앞에 떡하니 차를 세워놓고 담배를 피고 있던 것이다. 윤씨가 다가가 차를 빼달라고 하자 그 남성은 대뜸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너무 놀라 벙벙한 윤씨에게 그 남성은 “너 같은 X들을 북한으로 보내버려야 한다”는 말과 함께 욕설을 퍼부으며 자리를 떴다.

집회 장소와 불과 3분거리 떨어진 곳에 사는 이효심(가명, 80, 여)씨도 윤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집 앞 주차 구역에 왠 낯선 오토바이와 검은 옷을 입은 남성들이 서있어 오토바이를 치워달라고 했더니 대뜸 욕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기총 집회 참석자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효자동 주택가 앞에 오토바이를 불법 주차하고 있는 모습. (사진 주민 제공) ⓒ천지일보 2019.11.22
한기총 집회 참석자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주택가 앞에 오토바이를 불법 주차하고 있는 모습. (사진 주민 제공) ⓒ천지일보 2019.11.26

이씨는 “나보고 ‘할머니, 저희 무서운 사람이에요’라고 하며 씨익 웃는데 너무 소름끼치더라”면서 “나중에 이웃들이 ‘그 사람들이 한기총 주최 집회 참석자들’이라고 긔띔 해줬다”고 했다. 그는 “오토바이를 계속 옮겨달라고 하면 해코지를 할 것 같은 두려움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며 “일반 시민들이 아니라 조폭이나, 흉악범인줄 알았다. 그 뒤로 괜히 무서워서 밤에 돌아다니질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기총 집회 장소 인근에서 만난 서모(65, 남)씨는 20년 거주한 이곳을 떠나 이사까지 고려할만큼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가 늘 주차하던 자리에는 한기총 측 집회 관계자나 이들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현장에 나온 경찰 등의 차가 주차돼있어 주차난을 겪고있다고 했다. 서씨는 “그들의 인권만 인권이고 주민들의 인권은 인권이 아니냐”면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와도 더 큰 스트레스가 돌아오니 어떻게 하겠냐, (한기총 집회가) 내년 총선 때까지 한다는 말도 있던데 정말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했다.

한기총에 대해 과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비난하는 주민도 만날 수 있었다. 김모(60, 남)씨는 “종교인이고 목사라면 집회를 하더라도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고, 조율해주는 역할을 해서 최소 피해로 진행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겠냐”면서 “저게 무슨 종교단체냐, 이교도 단체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목사고, 교인이면 어떻게 저런 욕을 입에 담을 수 있겠냐”며 “없던 정치색도 생길지경”이라고 혀를 찼다.

소음과 일부 한기총 측 집회 참가자들의 몰상식한 행동은 비단 주민들만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근에 위치한 국립서울맹학교의 학부모들은 최근 한기총 집회 소리로 인해 수업 진행이 힘들다며 집회 제한을 요청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경찰에 제출했다.

수업 때 대부분 보는 수업이 아닌 듣는 수업이란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맹학교가 확성기·스피커 소리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들의 탄원서가 이어지자 경찰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집회를 제한하는 조치를 걸었다. 하지만 한기총 측은 집회의자유를 이유로 계속 집회를 강행하겠단 입장이라서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의 집회 제한 조치가 내려진지 이틀째인 2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야간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2
경찰의 집회 제한 조치가 내려진지 이틀째인 26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야간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6

실제로 경찰이 조치를 내린 이틀째인 이날도 어둠을 뚫고 한기총 집회 참가자들의 기도소리와 찬송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은 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수차례 해산 방송을 내보냈지만, 진행자는 마이크를 잡고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니(?) 기도드리게 조용히 하라”면서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경찰을 향한 야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백명으로 보이는 참가자들은 돗자리를 깔고 이불을 덮은 채 기도회를 이어나갔다.

한기총은 이와 관련 성명서를 내고 “맹아학교의 학습권과 지역 주민들의 소음 공해를 이유로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 성스러운 예배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3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벌어진 폭력행위 등에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관계자들이 관여했는지 확인하고자 범투본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측근 인사의 휴대전화까지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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