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절이 지나는 동안 한국사회의 여론을 뜨겁게 달군 특정 이슈는 그리 흔하지 않다. 국민이 먹고 살아가는 민생 문제가 아니고서는 어떤 사회 부류이든지 간에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꾸준하게 사회여론을 이어가기란 어려운 것이다. 헌법 개정 같은 국가 장래와 현재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임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달 가까이 국민 관심사와 여론 집중을 받아온 ‘조국 사태’는 한 개인,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정의와 공정성 문제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갈등과 혼란을 겪기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잣대를 들어대기조차 난감했던, 한 마디로 흠집이 많고 함량 부족한 인사를 정부 요직에 앉히려했던 집권여당과 청와대의 의도는 장관 사퇴로 결말지어졌지만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 대다수에게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그럼에도 권력층과 일부 인사들이 조 전 장관과 일가족에 대한 검찰수사가 가혹했다는 평가와 함께 검찰 수사관행 등을 혁신해야한다는 쪽으로 몰고 가는 바람에 검찰이 마치 ‘공공의 적’인 양 인식돼 왔고, 집권여당에서는 공수처법 통과 등으로 조국사태의 본질을 애써 돌리려 하고 있는 국면이 됐다.

이런 분위기 탓에 사법정의를 곧추 세워 사회의 바른 질서를 유지해야할 책임이 있는 검찰이 조국사태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 제대로 파헤치는데 부담을 안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아내와 동생, 조카에 대한 범죄 혐의들이 이미 기소된 상태로 사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이와 연관해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 캐기는 여전히 답보상태로 있다. 불법 사모펀드 투자, 자녀 입시 비리, 증거 인멸 등 조 전 장관 관련이 의심되는 4개 이상의 범죄 혐의가 조 전 장관의 진술 거부권 행사로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 당시 발생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지시’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감찰 수사관으로부터 “윗선의 외압으로 중단됐다”는 진술 번복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바, 지난 25일 유 전 경제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이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감찰 수사관의 윗선인 조 전 장관을 수사 선장에 올린 상태다. 가족과 관련된 범죄 혐의 연관성 외에도 ‘감찰 중단 지시’ 혐의까지 나왔으니 조 전 장관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조 전 장관은 혐의를 완전 부인하고 검찰조사에서 진술조차 거부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조국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은 검찰이 실체적 진실만은 명백히 가려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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