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세계 최초,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핵심 소재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심각하다. 과기정통부가 국회 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일본 의존도가 높은 5G 장비·단말 부품 현황’에 의하면 5G 핵심부품 중에 일본기업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100%에 이르고 5G 부품 국산화율은 0~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전체 5G 장비용 수입부품 가운데 일본산 비중은 11%라고 하나 5G 관련 주요 10개 5G 부품 가운데 7개는 국산화율이 0%였다. 나머지 3개 국산화율은 10%에 그쳤다. 일본 기업이 장악한 부품은 5G 중계기·스몰셀 등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에서 초고속 데이터를 전송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일본은 광섬유 정밀가공과 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5G 부품 시장을 사실상 장악, 심각한 잠재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와 업계도 이를 인식하고 5G 부품 및 소재 국산화에 노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역대 최초로 내년도 예산에 130억원 규모의 5G 부품 및 소재 분야 신규 R&D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5G 10대 과제당 약 10억원씩 10여개 과제를 선정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5G 장비·부품 수요연계 협력TF’를 운영, 제품 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 의존도가 높은 5G 핵심 부품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예산을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대기업이 5세대(5G) 이동통신 광통신 부품 국산화를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SK브로드밴드 컨소시엄(SK텔레콤, 에치에프알)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지능정보 네트워크용 광통신 부품 실증’ 과제 사업자로 선정돼 내달부터 유·무선 통신망에 동시 사용할 수 있는 광통신부품 개발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

통신사와 장비제조사, 광통신부품 개발사가 참여해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기업이 개발·실증에 참여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만큼 사업화가 가능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 일본, 유럽 시장의 5G 상용화·확산 시기에 맞춰 진행되는 만큼 국산화와 대량 생산은 중소기업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본이 반도체와 같이 기습적으로 수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에 국내 5G 공급망 전반에 걸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5G 장비·단말 부품에 대한 과도한 일본 의존도가 우리나라의 5G 글로벌 시장 선도 전략에 걸림돌이 안 되도록 해야 한다.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중·장기 계획을 통한 5G기술 경쟁력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먼저 이번 국회에 제출된 예산이 삭감 없이 오히려 증액 확보돼 산·학·연 협력을 통한 파격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R&D)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국내 대기업이 구매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요처를 확보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수요처인 통신업체, 장비제조업체, 부품소재 개발업체인 중소벤처기업이 참여하는 R&D TF를 구성해서 공동 연구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5G의 경쟁력을 강화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소재부품의 국산화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양질의 소재부품의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5G 부품은 반도체와 달리 미국, 유럽, 중국 등 공급망이 다양하다고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공급망 다변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핵심부품이 특정 국가나 특정 업체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