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레디 액션!” 대학로에 위치한 한 극장에서 학생들의 힘찬 목소리가 복도까지 울렸다. 필자가 지난 주말 방문했던 대한민국청소년영상체험학습전의 현장이다. 한 학생은 카메라를 잡고 촬영을 했고 다른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조명과 다른 기기들을 만지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의 약식이지만 영화 촬영 현장을 그대로 체험하는 학생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보였다.

“카메라 롤~~”을 외치며 카메라의 REC버튼을 누르는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씬 넘버를 외치며 슬레이트를 ‘탁’ 하고 크게 치고 학생 한 명이 옆으로 빠진다. 이어 학생이 완전히 빠져 나가고 배우의 모습이 카메라에 들어오는 걸 확인한 후 큰 소리로 레디 액션을 외쳐대는 학생의 모습 속에 미래 영화감독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최근 온기보다는 냉기가 가득한 대학로의 현 상황에 대한민국청소년영상체험학습전은 그야말로 청소년들의 미래를 설계하고 공부에만 지쳐있는 이들에게 재미와 열정을 느끼게 하고 있는 의미있는 실무중심 체험학습전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34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서 올해 대졸 신규채용 환경을 묻는 질문에 ‘작년보다 어렵다’고 답한 대학생이 4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작년과 비슷하다(30.6%)’ ‘잘 모르겠다(20.6%)’ ‘작년보다 좋다(2.5%)’ 등이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스카이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은 세상, 자신의 적성에 맞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하고 그저 공부에만 매달렸던 수많은 대졸자들이 아직도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하지 못한 채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다.

그들의 10대 시절에 도전할 수 있는 꿈과 진로찾기에 대한 실질적인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부족했던 것도 작금의 미취업 청년층들을 양산해낸 좋지 못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미취업 청년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교 졸업 전 다양한 진로를 체험하고 꿈을 가질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체험학습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공부로 지쳐있는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며 잊고 있던 꿈에 대한 열망을 터뜨려주는 계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한민국청소년영상체험학습전은 참가한 학생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경험하는 방안일 수 있다. 물론 기획자도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연구하고 진정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들이 극장 좌석에 앉아 배우들이 하는 공연을 관람하고 사진만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체험하고 분석하며 멘토링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진로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체험학습전의 역할이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중고교 시절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체험학습과 영상체험학습전을 자주 접하게 된다. 매회 체험학습전이 끝나면 학생들은 자신이 꿈꾸는 직업을 가진 출연진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즐거워하고, 학생들의 밝고 활기차 있는 모습을 졸업 후에도 기억하게 된다. 이제 곧 겨울방학 시즌이다. 학생 스스로도 긴 겨울방학 동안 알바로 시간을 때우는 것 보다 향후 5년 뒤 자신이 어떤 진로를 찾고 열정을 쏟고 있는 지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미래를 그려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학생들도 이젠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직업 정보나 멘토링을 통해 다양한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적극적인 진로탐색, 직업체험을 통해 더욱 발전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