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진보교육감이 교육감으로 선출된 시도에서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해 나가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지난 2009년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며 도입한 학교 모델로 총 9개교에서 시작했다. 그 후 2010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6개 교육청에서 도입해 확대됐고, 2011년에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주도하에 서울시교육청도 도입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주체 세력이 돼 주도하는 혁신학교는 올해 9월 기준 총 1721곳으로 10년 만에 132배 늘어 전체 초중고(1만 1657곳)의 14.8%에 이른다.

혁신학교에 대해 필자는 칼럼에서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그 중 가장 큰 문제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 자격이 없는 전교조 평교사들이 대거 혁신학교 교장으로 승진하고 있다. 교장공모제 방식은 초빙형과 내부형(A, B) 그리고 개방형, 총 세 가지가 있는데 이중 내부형B는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면 지원해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해 혁신학교에서는 교장 자격연수도 받지 않은 전교조 교사들이 교장으로 승진해, 승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일반교사들의 설자리가 줄어들며 교사들끼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교총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자 내부형으로 교장이 된 44명의 공모교장 가운데 22명이 전교조 출신이었다. 광주‧강원‧충북‧충남‧전남은 100% 전교조 출신 교사를 교장으로 임용했고 서울은 8명의 내부형B 교장 중 7명이 전교조 수석부지부장, 수석부위원장, 초등위원장 등 이력을 가진 교사가 교장으로 승진했다. 내부형B는 교장 자격이 없는 모든 교원에게 열린 승진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혁신학교를 확대하며 혁신학교 주도세력인 전교조 출신 교사들의 승진 통로를 만들어주는 꼴이 된 셈이다. 진보교육감이 교육을 혁신하겠다며 만든 혁신학교를 통해 전교조 교사가 셀프 승진을 하고 교육계를 장악하고 있다.

더 큰 문제점은 교사에서 내부형 교장으로 승진된 후 임기가 만료되면 다시 일반 교사로 내려와 수업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런 교사가 단 1명도 없다. 내부형B로 교장이 되면 교감도 거치지 않고 교장 자격연수를 받아 교장 자격이 생긴다. 교장 임기가 끝난 후에도 일반 교사로 내려오려고 하지 않으니 교육청에서 장학관으로 발령을 낸다. 장학관으로 몇 년 근무하다 그 후에는 아예 임용형 교장으로 다시 발령을 받아 한번 교장이 되면 퇴직 때까지 교장직급을 유지하고 있다.

교장공모제 내부형B는 진보교육감과 같은 노선을 걸어온 전교조 교사들에게 특혜를 주는 승진제도나 마찬가지여서 오랜 기간 승진을 준비해 온 교사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어느 교사에게나 동일한 기회가 주어진 제도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혁신학교의 경우 전교조 교사들이 주도권을 잡고 전교조나 친 전교조 성향의 교사들이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 한다. 당연히 혁신학교에서 내부형B를 통해 교장을 공모하면 전교조 교사들 외엔 공모에 당선되기 쉽지 않아 일반 교사들은 아예 지원을 하지 않는다.

내부형B 교장에 임용된 교사의 인터넷에 떠도는 자기소개서를 보면 전교조 핵심간부 활동 이력 등이 기재돼 있다. 혁신학교 수 확대와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가 절대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일반 교사가 교장이 되려면 담임과 보직교사를 일정기간 맡고, 도서벽지 근무나 타 교사들이 기피하는 생활지도 업무, 연구실적 등을 통해 가산점을 쌓아야 겨우 교감이 된다. 교감이 된 후 4~8년 가까이 근무하며 실무를 익힌 후에야 교장 자격연수를 받아 승진할 수 있다. 그런데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경력 15년 이상의 전교조 교사는 자기소개서와 학교경영계획서, 면접과 발표로 교장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은 내부형으로 교장이 된 혁신학교 교장 15명(12명이 전교조 출신)만 대상으로 ‘2020년 현장지원형 학교장 역량 강화 계획’으로 해외연수를 추진해 교총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연수 참가자가 직접 연수 기간과 방문국, 일정을 정하는 특혜까지 부여했다. “이게 교육청이냐?”고 할만하다. 내부형B 교장공모제 응시 자격 기준을 교감 자격 소지자로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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