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홍콩 범민주진영 앵거스 웡 지지자들이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 개표 결과 승리가 확정되면서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5일(현지시간) 홍콩 범민주진영 앵거스 웡 지지자들이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 개표 결과 승리가 확정되면서 환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두면서 홍콩 정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 중 범민주 진영이 40%에 가까운 선거인단을 확보하면서 영향력이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은 금융, 유통, IT, 교육, 의료 등 38개에 이르는 직능별로 16∼60명씩 뽑는 직능별 선거인단과 입법회 대표 70명,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60명, 종교계 대표 60명 등으로 이뤄진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계가 대부분 친중파로 구성되지만 종교계와 노동계, 사회복지계를 비롯해 법조계, 교육계, 문화계, 의료계 등에서도 범민주 진영을 지지하는 세력이 상당수에 달한다. 이에 지난 2016년 말 선출된 약 1200명의 선거인단 중 범민주 진영 인사는 325명을 차지했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25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까지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 선출은 진영 간 표 대결로 확보한다. 

범민주 진영이 기존에 확보한 325명에 더해 이 117명을 합치면 442명에 달한다. 행정장관 선거인단의 37%를 범민주 진영이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콩 매체들은 25일 일제히 “범민주 진영이 ‘造王(조왕)’이 됐다”고 보도했다.  

‘造王’은 킹메이커라는 뜻이다. 범민주 진영이 지금까지 행정장관 선거에서 ‘들러리’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행정장관 선거의 ‘킹메이커’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행정장관 선거인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금껏 홍콩 재계는 친중국 성향으로 일관해 왔으나,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중국 중앙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 관영 매체가 시위 사태 원인으로 홍콩 재벌들의 탐욕에 따른 빈부격차를 지목하면서 재계와 친중파 진영의 ‘결탁’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명보는 “홍콩 재계와 중국 중앙정부는 이전 선거인단 선출에서도 균열을 보였지만, 이제 홍콩의 ‘진정한 주인’이 누군가를 놓고 다투는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그 갈등은 더 커졌다”고 전했다.  

만약 범민주 진영이 이러한 균열을 이용해 재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중도 성향의 인물을 내세워 기존 442명에 159명을 더 얻는다면 총 601석으로 행정장관 당선을 노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동방일보는 “범민주 진영이 시위 사태 후 중국 관영 매체의 맹비난을 받는 재계와 협력한다면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할 수도 있다”며 “이는 중국 중앙정부에 중대한 경고 신호를 던진다”고 전했다.  

빈과일보는 “범민주 진영의 압승에 대해 중국 중앙정부는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몹시 당황하고 있다는 소식이 멀리 베이징에서 들려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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