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홍성모 화백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 홍성모 화백) ⓒ천지일보 2019.11.25
오산 홍성모 화백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 홍성모 화백) ⓒ천지일보 2019.11.25

한국 대표적 실경작가 오산 홍성모 화백
제2의 고향 사계절 화폭에 담는 역작 시작
37년 인연 제2고향으로 ‘강원도의 무릉도원’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한국의 아름다운 산수를 그려온 대표적 중진 작가 오산 홍성모(悟山 洪性摸) 화백이 최근 강원도 영월군에 작업실을 마련, 집념의 둥지를 틀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 전북 부안군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오산의 영월군 작업은 앞으로 2년간 예정이다. 그는 이 작업실에서 영월 10경의 사계절을 그리게 된다.

영월 10경은 제1경 법흥사, 제2경 요선정, 요선암 제3경 선암마을(한반도지형), 제4경 선돌, 제5경 장릉, 제6경 고씨동굴, 제7경 천문대, 제8경 청령포, 제9경 어라연, 제10경 김삿갓 유적지를 가리킨다.

오산이 영월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82년도. 햇수로 37년이나 된다. IMF 이후 1997년 까지 해 오던 어린이 심장병 돕기 사단법인 ‘오신심장사랑협회’ 사업을 접고 본격 전업 작가로 나선다. 눈이 하얗게 내린 무박 2일 태백산 산행을 왔다가 그만 영월의 절경에 빠지고 말았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산수가 있는가’

오산은 카메라를 들고 눈이 쌓인 밭을 다니다 날카롭게 베어진 옥수수 대에 베이는 아픔도 모르고 한참을 뛰어다녔다고 한다. 나중에 발까지 차오른 붉은 피를 보고서 베인 줄 알았다.

오산은 그 이후로 화첩을 들고 자주 스케치 여행에 나섰으며 제자들과도 5년간이나 미술여행을 해 왔다. 그리고는 지난 2017년도에는 아예 왕검성 앞 동네인 팔괴리에 작은 농가주택을 마련하기도 했다. 남한강의 시발점인 이곳은 우뚝 속은 왕검성과 어울려 절경으로 꼽힌다.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 자태다.

(제공: 홍성모 화백) ⓒ천지일보 2019.11.25
(제공: 홍성모 화백) ⓒ천지일보 2019.11.25

동강의 시작인 가수리, 어라연, 선돌, 한반도 지형 선암마을 창릉, 김삿갓 유허지를 찾았다. 아무래도 오산이 가장 사랑한 것은 무릉도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제 1경 법흥사. 신라 선문 구산의 명찰로 잘 알려진 법흥사의 산세는 조선 초기 안견의 무릉도원을 연상시킬만한 아름다움이다. 지난 11월 15일 오산은 지인들과 법흥사를 찾았다. 비온 뒤의 운무가 가득한 사자산과 법흥사의 모습은 한 폭의 무릉도원과 같은 신비감이었다고 한다.

오산이 영월 산수에 특별히 매료 된 사연은 또 있다. 바로 역사의 향기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단종의 역사는 오산의 가슴에도 애상으로 자리 잡는다. 장릉(莊陵)을 지날 때마다 오산은 단종의 명복을 빌게 된다. 조선조 이곳을 지나갔던 여류시인 이옥봉의 마음(寧越道中)과도 같았다.

닷새간 길게 문 닫았다 사흘에 넘어서자

노릉의 구름 속에서 슬픈 노래도 끊어지네

첩의 몸도 또한 왕손의 딸이라서

이곳의 두견새 울음은 차마 듣기 어려워라

(五日長關三日越 / 哀辭唱斷魯陵雲 / 妾身亦是王孫女 / 此地鵑聲不忍聞)

옥봉은 사대부인 조원(趙瑗)의 첩으로 세조의 왕위찬탈에 대해 비판이 엄격히 금지 된 시기 이 같은 시를 지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버림을 받고 불행한 생을 산 것인가. 옥봉은 조선 여류 가운데 허난설헌과 황진이를 능가하는 호방한 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오산은 이옥봉 시인의 ‘열월도중’에도 빠져 장릉 옆에다 시비라도 하나 세웠으면 하는 기대를 피력했다.

또 영월이 낳은 조선조 시인 김삿갓(본명 金炳淵)의 방랑을 사랑한 오산.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스스로 죄인임을 자처하고 전국의 산천을 돌며 자연 사랑에 빠져 살았던 풍류시인의 멋을 오산은 마음속에 담고 산다. 홍 삿갓이라고 이름지어볼까.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언제고 떠나는 방랑벽을 오산은 닮고 있다.

깃대봉3 199x117cm 한지에 수묵담채 2019 (제공: 홍성모 화백) ⓒ천지일보 2019.11.25
깃대봉3 199x117cm 한지에 수묵담채 2019 (제공: 홍성모 화백) ⓒ천지일보 2019.11.25

미술평론가 김상철 교수(동덕여대)는 오산을 이 시대 대표적인 실경작가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오산은 평생 실경으로 일관해 온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의 유명 산천에 이르기 까지 곳곳에 미치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한 대자연의 웅혼한 기상에서 소소한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에는 늘 생생한 현장미가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산채수묵회 회장이기도 한 오산은 지난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인사동 라메르겔러리 3층에서, 8월 22일부터 27일까지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영월 10경바람 바람 바람 부채전’을 열어 합죽선의 아름다움을 일반에 선 보이기도 했다.

오산은 12월초 영월군(군수 최명서)이 마련해 준 영월읍 영월로 1909-9 ‘예술창작 스튜디오’에서 개소식을 갖는다. 그리고 그동안 열정을 모아 그린 작품들을 전시하게 된다.

한편 오산은 원광대와 동국대 예술대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모교인 두 대학에 출강했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0회의 개인전과 500여회 그룹 및 초대전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당 미술상, 한국전문인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경남미술대전, 충남미술대전, 경기미술대전, 충북미술대전 등 각종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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