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언제부터인가 나라가 늘 뒤숭숭해 국민은 나라를 믿고 단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또 외교나 안보정책은 일관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정치권 또는 정권의 이익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 같아 늘 불안하다. 물론 외교나 안보는 상대방이 있으므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겠으나 뭔가 서투르고 헝클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주요정책이 다양하고 종합적인 토론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되는 것과는 정반대로 도대체 이 정책이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정해진 것인지 알 수 없고, 그 정책에 대한 긍부양면의 분석이 전혀 없이 즉흥적으로 정해지는 것 같다. 좀 과하게 표현하면 특정 진영논리를 바탕에 깔고 국가정책 전반이 일관되게 그 논리에 맞추어 짜여진 각본에 의해 끌려간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필자의 판단이 부디 오판이길 바란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위기를 초래하는 충격적 대형 사건은 없었다. 즉 오일쇼크, 월남파병, 카터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부마항쟁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5.18, 아웅산사건, KAL기 폭파사건, IMF 금융위기, 세월호사건 등과 같은 대형 사건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분열이 과열된 상태에서 국가위기적 상황을 맞고 있다.

물론 주변 4강의 지도자가 하나같이 독선적이고도 비타협적인 자들로 구성돼 한국의 입장이 궁지에 몰릴 수 있는 외압의 요소로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냉전시대보다 외교환경이 더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은 우리 내부의 균열이 대외적 협상에 불리한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내우가 외환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김춘추, 서희, 광해군의 외교는 하나같이 국제관계에 대한 냉철한 통찰력과 통섭적인 국제감각, 투철한 국가이익우선의 외교술에 의한 절묘한 실리외교방식이었다. 그 당시 강력한 국력이 외교력을 받쳐 준 것도 아니었다. 또한 약소국 태국이 단 한 번도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것 또한 지도자(왕)의 절묘한 실리(?) 외교를 통한 국가병탄을 막은 외교일화는 외교사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한-미, 일, 중, 러, 북한 어느 하나 수월한 외교 파트너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국내적 통합과 단합과 단결이 필요하다. 특히 외교에 관한 한 여야의 공조가 절실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첩경은 없으나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는 고쳐야 한다. 대통령의 독선과 독단은 적전분열의 가장 큰 원인이다.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외면하고 소속정당의 진영논리에 편성하여 특정 이념적 정책결정을 하고 야당과의 대화의 문을 닫아 버리면 답이 없다.

둘째, 정부부처 중심의 정국운영이 돼야 한다. 요즘 모든 정책이 청와대에서 생산되는 것 같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참모(비서)로 구성돼 있다. 청와대 진용의 정책전문성은 현재 청와대의 인적 구조나 배치로 볼 때 기대할 수 없다. 비서진의 대부분이 정당 또는 운동권 출신이어서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내각)가 할 일과 청와대(참모)가 할 일은 분명히 다르다. 후자가 전자를 장악하면 적법절차도 법의 지배도 모두 허사이다.

셋째, 국회의 양원제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상원에서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넷째, 인사청문회의 확대와 효율적 운용이 필요하다. 청와대도 고위직은 청문대상이 되어야 하며, 청문방식은 정책과 신상에 관한 사항을 구분하여 실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다섯째, 현재 상태에서의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정운영을 위한 임시방편으로는 대통령의 무당적과 거국내각의 구성을 통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 그나마 국내적 통합을 향한 제1보가 아닐까? 부디 헌법 안에서, 헌법 아래서 국정이 운영되기를 소원한다. 헌법 이탈은 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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