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손에 숨진 세살배기 매일 처참하게 폭행당해
이웃 불만에 두 차례 이사도…"부모들 반성기미 없어"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매일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다 결국 숨져 공사장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김모(3)군은 세 살배기 아이로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환경에서 자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사건이 벌어진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다세대주택 인근 주민에 따르면 아버지 김모(33)씨 가족이 살았던 반지하 쪽방에서는 매일같이 아이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여느 아이처럼 툭 하면 우는 김군이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따스한 부모의 포옹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을 하는 아버지의 주먹질이었다.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는 공포에 질린 울음소리로 '살려달라'는 표현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복도 맞은편 방에 사는 30대 여성은 "평소 김군의 울음소리가 잦았다. 특히 새벽에 갑자기 울기 시작해 몇 시간씩 이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모(37)씨도 "이웃 주민들이 '밤낮으로 아이가 울어 잠을 못 잘 정도'라며 고충을 자주 토로하곤 했다"고 전했다.

계속된 아이의 울음소리에 지친 이웃이 민원을 제기하는 통에 김씨는 범행 직전 2차례나 같은 동네에서 이사를 다니기도 했다.

이웃들은 새벽마다 아이 우는소리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일용직 노동을 하며 바쁘게 사는 터라 아이가 아버지에게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하는 상황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한다.

몇몇 주민은 경찰 탐문수사에서 "김군의 온몸에 항상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울 때마다 화가 나서 폭행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모(30)씨는 생활고에 시달린 탓인지 대낮에도 술을 마시곤 했다. 그는 주로 분식집에서 음식을 시켜 자신과 세 아이의 끼니를 때웠다.

분식집 배달원 김모씨는 "방 안에는 옷이 지저분하게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낮에 음식을 주문하면서 술을 같이 가져다 달라기에 술 배달은 안 된다고 했더니 직접 사러 나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2007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김씨와 결혼했다. 당시 김씨가 일자리가 없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했지만 사업이 잘 안 되고 생활이 어려워지자 그해 말 집을 나갔다.

이듬해 9월 김군을 임신한 이씨가 집으로 돌아왔고 김씨는 아이가 태어나자 "내 자식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며 폭행을 일삼았다.

김씨는 결국 지난해 12월16일 새벽 우는 아들을 수차례 때려 머리를 주방 싱크대에 부딪치게 해 살해했으며 지난달 이씨와 함께 시신을 자택 인근의 공사장 쓰레기더미에 버렸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에게 정신적인 문제는 없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범행은 시인했지만 반성의 기미는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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