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NSC, 막판 찬반토론 결정
“협의기간 종료효력 정지키로”
“韓, 日 WTO제소 일시 정지”
日경제산업성 “정책대화 재개”
여야, 환영 논평 “日보복 철회”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23일 0시를 기점으로 최종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종료 시한 6시간을 앞두고 상황이 반전됐다. 한일 정부는 ‘조건부 지소미아 종료 시한 연장에 합의했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한일 갈등에서 한미일 동맹 문제라는 또 다른 갈등으로 떠오른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문제를 풀어갈 시간을 확보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오후 6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지소미아)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2019년 8월 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키로 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대 품목의 수출 규제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정지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지소미아 종료 최종 결정을 놓고 치열한 찬반토론을 거쳐 이러한 결정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NHK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국 당국과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수출 통제 개선을 위한 의지를 보여줌에 따라 정책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 22일 NSC 상임위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따른 상응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고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 강제동원에 대한 개인배상판결을 문제 삼으면서 지난 8월 2일 한국에 대해 핵심전략물자인 반도체 관련 수출품에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배제했다. 당시 일본은 ‘안보 협력에 신뢰관계 손상’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로 일본 기업들이 자산 압류 및 매각 조치를 앞두고 있어서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로 인한 개인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임에도 안보 이유를 내세웠고, 이에 청와대 NSC는 일본이 수출규제 이유로 안보상 불신을 내세운 만큼 ‘민감한 군사 정보를 더 이상 공유할 수 없다’며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안팎에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국방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나타냈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6년 11월 체결돼 별도의 연장을 하지 않으면 올해 11월 23일 0시를 기점으로 최종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지소미아 종료를 3개월 남겨두고 한일 양국은 협의를 이어갔다.
지난달에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을 계기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와 21분간 회담을 가졌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양국 현안이 조기해결 되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친서가 아베 총리에게 전달됐다. 이달 4일에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문 대통령이 예정에도 없이 회의장에서 아베 총리를 데리고 와 11분간 즉석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양국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일본은 강제동원 판결 철회 없이는 수출 보복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의 ‘지소미아 종료’ 철회 압박이 점점 거세졌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앞서 이달 들어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이 한미 간 연례 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의 종료로 이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소미아를 유지하려면 먼저 일본의 수출규제가 철회돼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8∼19일경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해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지소미아 종료 시한 사흘을 앞두고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일본의 수출보복 철회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종료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소미아 종료’ 6시간 전인 22일 오후 6시. 청와대 NSC는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조건부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한미일 관계 균열 우려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NSC 회의 후 긴급히 일본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는 일본 나고야를 향해 떠났고, 한미일 외교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반응은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시한 연장 결정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가 나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수출 보복을 철회할 것으로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의 조치는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한미동맹을 보다 굳건히 하는 데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일본은 수출규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성실히 임해 양국 간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부당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에서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파국으로 몰고 갈 지소미아 파기가 철회돼 다행”이라며 “국가안보를 걱정해준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대안신당 최경환 수석대변인은 “충돌을 피해서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한다”며 “일본은 (한국의) 백색국가 원상회복 등 후속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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