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또 인천에서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천 계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망자 중 A(49, 여)씨 자녀는 아들(24)과 딸(20) 등 2명이며 나머지 1명은 몇 달 전부터 함께 살던 딸의 친구(19)로 확인됐다. 이들이 남긴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자녀들을 양육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족은 주거급여를 받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다. A씨는 바리스타 일을 하다가 손 떨림 증상으로 지난해 실직한 뒤 약 1년 동안 매월 평균 24만원의 주거급여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아들도 무직 상태였으며 대학생인 딸은 휴학 중이었다. 모두 자기 앞가림을 할 나이가 된 과년한 자녀들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노인도 가난하고 청년도 가난한 나라 그래서 극단적 선택이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내면은 우울하다. 부의 분배가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제도를 꼼꼼히 만들어 실질적 지원장치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문제는 많은 지원장치가 있지만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이런 정보에 취약하고 이용율도 낮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복지제도 상당부분은 부정수급을 막는데 있다보니 정작 지원대상이 소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송파 세모녀 사건이나 이번 인천 사건이나 빈곤이 죽음의 주요 원인이 된 것은 맞는듯하나, 우리나라가 더 힘들고 가난했을 때에도 이토록 자살률이 높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빈곤이 꼭 자살의 이유라고는 할 수 없다. 자살은 선진국병이라고 할 만큼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급증한다. 결국 목숨을 끊는 건, 상대적 박탈감과 생명경시 풍조, 무엇보다 피폐해진 정신이 낳은 결과라 할 것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근본적 인식이 전 연령층에 자리하도록 생명존중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