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홍콩 시민들이 지난 12일 시내 중심가에서 행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가면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홍콩 시민들이 지난 12일 시내 중심가에서 행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추진을 계기로 촉발된 홍콩 시위 사태가 미국과 중국의 공방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미 의회가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켰고,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 남은 상태다. 중국은 “미국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한 터라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통과시킨다면 무역 전쟁으로 악화된 미중 냉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홍콩인권법안을 찬성 417표 대 반대 1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가결했다. 전날 미 상원도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해마다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특별한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한다. 또 홍콩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한다.

홍콩인권법안이 양원을 모두 통과함에 따라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 남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함구하고 있지만 상하원이 압도적인 지지로 법안을 찬성했기에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AP/뉴시스】홍콩이공대 앞에서 18일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홍콩=AP/뉴시스】홍콩이공대 앞에서 18일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1일 1면 논평에서 홍콩인권법안을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민일보는 “(미 의회의) 홍콩 인권법안이 공공연히 폭도들의 폭력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자국법을 통해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관계에 있어 장애물은 홍콩인권법안뿐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재 미 의회가 홍콩인권법안 말고도 중국을 공격하는 법안 150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21일 전했다. 보도를 보면 신장 위구르 문제와 사이버 안보, 대만, 남중국해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을 직접 겨냥한 것들이다. 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1년 넘게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골몰하고 있지만 미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 문제만큼은 어떤 양보도 없이 그를 압박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합의가 연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0일 백악관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보다 광범위한 관세 철회를 요구하고 미 행정부도 더 강화된 요구로 맞서면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최종 서명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도 트위터를 통해 “미중이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중국인은 거의 없다”면서 “중국은 합의를 원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인 ‘장기화된 무역전쟁’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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