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최초의 술 와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0.18
인류가 만든 최초의 술 와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0.18

자원재활용 개정안 시행 한달앞

업계 친환경 동의, 방법에 반발

주류 수출국들 환경부에 항의해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색깔이 가미된 병과 페트병의 사용을 규제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주류를 포함한 음료, 화장품까지 적용되는 이 개정안에 따라 변경할 경우 소주나 물 등은 문제가 없지만 맥주나 와인 등은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을 적용받게 되는 화장품 업계 역시 동일한 문제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해당 개정안을 오는 12월 25일부터 시행한다. 재활용을 매우 어렵게 하는 포장재의 재질·구조에 대한 사용금지와 포장재의 재질·구조 등급평가와 표시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라 기존 3등급으로 분류하던 종이팩·유리병·철캔·알루미늄캔·페트병 등 9개 포장재는 재활용의 용이성을 기준으로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으로 등급평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자는 등급평가 결과를 제품 겉면에 표시해야 하고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최대 30%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이는 최우수 등급에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업계는 친환경 시대에 맞는 변화에 동의하면서 소주나 음료 등 가능한 제품들은 발 빠르게 무색페트병으로 교체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과 관련해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는 부분까지도 전면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업계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맥주페트병과 와인, 위스키 등이다.

맥주는 무색으로 변경할 경우 직사광선과 자외선 등으로 인해 변질 등 품질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맥주페트병은 맥주의 이산화탄소 유출을 막고 외부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페트와 페트 사이에 나일론이 삽입된 3중막 구조로 제작된다. 유색과 3중막 구조라는 특성으로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아직 이를 대체할 방법을 업계도 환경부도 찾지 못해 적용을 유보하고 있다. 환경부는 맥주 유색 페트병 대체와 관련해 전문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법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안이 없으면 ‘퇴출’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업계는 어떤 결론이든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맥주 수익 중 피처(유색 페트병)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0%에 달하는 만큼 교체에 큰 비용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 페트병은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보장해주는 포장재였지만 이를 캔이나 병, 다른 페트로 대체할 경우 포장에 사용되는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와인과 위스키 등이다.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생산되는 수입사 제품을 국내만 별도로 제작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그리스와 칠레 대사관은 지난달 직접 환경부를 찾아 의견을 피력했고 유럽연합(EU)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대사관 등도 환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 무역상기술장벽협정(WTO TBT)에 우리 환경부의 규제가 무역장벽에 해당한다며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 역시 제품보호 차원에서 유색을 사용하는 화장품 용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은 용기가 각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번 개정안으로 변별력을 상실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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