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민주화 항쟁지지, 중국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민주화 항쟁지지, 중국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9

서울대 ‘레넌 벽’ 훼손 사건발생

학생모임 경찰에 고소장 제출

명지대선 한국·중국 학생간 폭행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홍콩 시위가 국내 대학가에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서울대 학내 ‘레넌 벽’에 훼손되자 학생들이 해당 사건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한국학생과 중국학생 간의 폭행사건도 수사에 들어갔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은 20일 오전 서울대 내에 설치된 레넌 벽 훼손 사건과 관련해 서울 관악경찰서에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6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건물 한 벽면에 홍콩 시민들에게 연대와 지지 의사를 보내는 ‘레넌 벽’을 설치했다.

레넌 벽이란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기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프라하의 벽에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의 노래 가사와 구호 등을 새기면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을 말한다.

박도형 학생모임 대표는 “누군가 레넌 벽을 의도적으로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전남대, 한양대, 연세대 등 국내 대학들에서도 홍콩을 지지하는 현수막과 대자보, 레넌벽 등이 뜯겨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움의 공간에서 이를 훼손하는 것은 다른 의견을 짓누르려는 행위이며 민주주의 가치 훼손 행위”라며 “레넌 벽은 수많은 시민들이 모아주신 후원금과 서울대 학생들의 여러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허위 신고마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형사고소라는 강경한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 20일 오전 11시께 서울 관악경찰서에 현수막 훼손 관련 고소장을 제출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2019.11.20)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 20일 오전 11시께 서울 관악경찰서에 현수막 훼손 관련 고소장을 제출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2019.11.20)

다만 이 같은 갈등이 한국 대학가 내의 혐중 정서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했다. 박 대표는 “(대자보 등) 훼손 시도들이 한국 대학가에서 혐중 정서로 이어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그렇기에 대자보 훼손의 범인이 혹여 중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진다면, 반성문 작성을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외대, 충남대 등 학교 측에서 홍콩 지지 대자보를 철거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학생모임은 ‘입을 막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학교는 앞으로의 상황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대자보를 일방 철거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학내 구성원들의 토론과 민주적인 해결책을 막는 비민주적이고 모순적인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대학 측이 임의로 학생들의 의견을 막아버릴 수 있다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로 인해 한국 학생과 중국 학생이 싸움을 벌인 사건을 수사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전날 오후 8시쯤 명지대 학생회관 건물 내에서 서로를 때린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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