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의 아침평론] 민주적 요구가 변질되고 있는 홍콩사태
[정라곤의 아침평론] 민주적 요구가 변질되고 있는 홍콩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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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홍콩사태가 국내 대학가에서도 이슈가 돼 한국 학생과 중국인 학생 사이에 논쟁이 되고 있다. 며칠 전 한양대에서 한중(韓中) 학생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대치했는가 하면, 13일에는 고려대에서 또 한바탕 충돌이 발생하는 등 대학가 곳곳에서 한중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빌미는 현재 홍콩 현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민들의 시위와 관련된 내용인바, 고려대에서 지난 11일 ‘홍콩 항쟁에 지지를!’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그런데 그 일부가 찢겨져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던바 중국 유학생들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조를 짜서 대자보 지키기에 나섰고, 그 앞을 지나가던 중국 유학생들이 “내정 간섭 말라”며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가 나서서 “우리 대학은 구성원이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민주적인 공간”이라며 대자보가 훼손된 것은 학생 사회가 지금까지 지켜온 자유롭고 민주적인 토론 문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중국 학생들도 “한국인이 홍콩 독립을 부추기는 것은 중국 민족 내부를 파괴하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대자보로 응수한 것이다.

느닷없이 대자보 다툼이 이어 SNS를 타고 양국 학생 간 설전이 가열됐던바 ‘한한령을 찬성한다.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으로 유학 오지 말자. 이런 나라에 돈 쓰는 것 자체가 사치다’라는 중국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질세라 한국 학생들도 ‘대자보를 훼손하다니, 여기가 공산 국가인 줄 아느냐. 그 높은 애국심으로 학업 접고 귀국해라’는 비아냥과 함께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짐승 수준’이라는 등 다소 격한 글을 담기도 했다. 혈기 왕성한 대학생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행동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상대국 비난은 도가 지나치다.

홍콩사태가 어떠하기에 국내 대학가에서 떠들썩할까. 그 원인을 살펴보면 홍콩인들의 중국에 대한 불만과 함께 개인주의가 극대화된 홍콩인들의 면면이 잘 드러나는 현실이 묻어난다. 홍콩 송환법 개정이 직접 도화선이 됐다. 홍콩인 찬퉁카이(20)가 대만에서 임신한 홍콩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피했다. 홍콩에서는 속지주의(屬地主義)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 바깥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되지 않는다. 그런 관계로 살인범 찬퉁카이에게 살인 범죄로 다스리지 못하고 홍콩경찰이 여죄가 있는 절도죄 등으로 처리했던바 29개월 징역형이 고작이었다. 대만에서도 여론화되고, 홍콩의 일부 시민들과 사회여론이 거세지자 홍콩 정부가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해 대만법에 따라 처벌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대만 역시 범죄인 송환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라 유야무야하게 돼버린 것이다. 홍콩정부에서는 세계 20여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한 상태이지만 아직 중국, 대만, 마카오와는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홍콩정부가 ‘찬퉁카이 사건’을 계기로 ‘홍콩범죄인인도법개정안을 마련하자 홍콩시민들이 반대에 나선 것인바, 법이 개정되면 범죄인이 아니더라도 중국에 밉보인 홍콩인들을 중국 당국이 체포해 없는 죄를 만들지 않나 하는 우려에서였다. 다시 말하면 중국이 현 체제를 반대하고 있는 정치범 등 홍콩 인사들에 대해 제거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중국 정부가 나서서 정치범을 인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소용없이 다르게 진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당연히 살인범 처벌이 돼야하지만 홍콩시민들은 피해의식에서 송환법을 결사반대했다. 홍콩 정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개정안을 밝힌 이후 시민들의 시위가 격해지자 지난 9월 초에 송환법 개정을 공식적으로 철회 선언하기에 이르렀지만 한번 불붙은 홍콩 시위대는 그 다음 조건인 홍콩의 완전 회복 등 중국·홍콩 일국양제(一國兩制 : 1국가 2체제)에 어긋나는 것을 요구하면서 불법시위를 계속하고 있으니 홍콩 정부와 중국 당국이 난감해진 상태다. 이 기회에 홍콩인들은 반(反)정부·반중국 시위에 열 올리면서 “홍콩인들은 자유를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홍콩사태 발단 원인이나 현 일국양제 체제에서 중국의 입장이 있으니 사회질서를 흩트리며 점점 불법·폭동화로 치닫는 홍콩사태를 먼산바라기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송환법이 철회된 후에도 계속 불법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현지 관계자들은 집값 폭등, 생활비 고가 등 생활이 어려운 청년들이 자구책 확보와 함께 시민들의 개인주의 팽배가 민주주의의 탈과 합세해 빚어진 행태로 보고 있다. 차츰 불법·폭력화되고 있는 사태로 번져 민주주의의 보장된 제도를 압도하고 있는 홍콩사태는 ‘제2의 천안문사태’가 아닌 것이다. “결코 폭력 시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시민시위대는 계속 밀어붙이는 형세니 자칫 홍콩사태가 불행한 민주주의 국면을 맞지 않을까 우려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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