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빅센터플라자에서 학생들이 총기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빅센터플라자에서 학생들이 총기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미국에서 올해에만 발생한 총기 사고 4만 631건, 사망자는 최소 1만 757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155건의 총기 사고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BBC는 ‘건 바이올런스 아카이브’의 조사를 인용해 11세 미만의 아동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숫자는 502명으로 하루 평균 2명의 아동이 총기 사고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교내 총기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만 356명이 넘는다.

CNN에 따르면 미국인이 세계 민간 총기의 42%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헌법(수정헌법 2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무기를 가지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이 헌법 조항은 미국 건국 초기인 1791년에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미국 사회에 총기는 필수품이 된 것이다.

매일 발생하는 총기사고에 미국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면서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나 의회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전미총기협회(NRA)와 총기 찬성론자들의 의견도 무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총기난사 사건은 대부분의 경우 신원조회를 강하게 했어도 아무도 막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건 정신 문제”라고 말하며 총기 규제 여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공화당 소속의 매트 셰퍼 텍사스주 의원도 트위터에서 “총기 소유는 신이 내린 권리”라며 반드시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민주당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더이상 반대하지 말고 이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총기폭력 예방을 위해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공화당은 총기 소유가 미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구체적인 계획이나 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량살상이 가능한 AK-47과 같은 소총은 매우 위험하다며 정부가 사회에서 존재하는 이 총들을 모두 강제로 수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캘리포티아 샌타클래리타 소재 서거스 고등학교에서 14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 인근에서 한 학생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출처: 뉴시스)
미 캘리포티아 샌타클래리타 소재 서거스 고등학교에서 14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 인근에서 한 학생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출처: 뉴시스)

특히 미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총기사고 현장으로 여겨지는 곳은 학교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북서쪽 샌타클라리타에 있는 소거스 고등학교에서도 학생이 총격을 가해 동료 학생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지난 8월 23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당한 텍사스주 엘파소 월마트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다음날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9명이 숨지고, 27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월 31일 텍사스 오데사에서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당하는 총격 사건도 이어졌다.

그러나 학교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총격 사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게임에 빠진 정신질환자들이 벌인 일이라고 일축해 많은 학부모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브리아나(39, 여, 버지니아주)는 세 아이를 키우며 총기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브리아나는 “나는 총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사람들이다”라며 “긴 하루가 끝나고 부모가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 몇 분을 가져야 한다. 하루는 어땠어? 무엇이 힘들었니? 혹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니?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총격 사건은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정신이 건강한 아이는 총을 들고 학교에 오지 않는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해 깊은 관심과 케어 프로그램이 실시돼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컨트리뮤직 공연장 총기난사사건 1주년을 맞은 지난 해 10월 1일 총기규제 운동가들과 시민들이 사건 현장에서 인간띠 잇기를 하며 총기규제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컨트리뮤직 공연장 총기난사사건 1주년을 맞은 지난 해 10월 1일 총기규제 운동가들과 시민들이 사건 현장에서 인간띠 잇기를 하며 총기규제를 외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한편 과거 영국에서도 스코틀랜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해자를 포함해 총 17명이 숨지는 총기 사고가 발생했고, 영국 정부는 모든 권총 소지를 금지했다. 당시 16만 2천개의 권총이 회수됐다.

호주도 지난 1996년 타스마니아 섬 교회에서 35명이 희생된 총기 사고 이후 정부가 모든 총기를 회수하고 불태우며 강력한 총기규제 법안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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