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심성을 가르치는 원광대학교 이성택 이사장

 

▲ 원광대학교 이성택 이사장.ⓒ천지일보(뉴스천지)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학교는 원불교의 종립대학교이다. 원광대학교의 첫 번째 건학이념은 도덕적인 인간교육이다. 그 이념에 발맞춰온 원광대학교는 ‘2010인문한국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의 예산은 총 112억 원이며 사업기간은 10년으로 인문학 분야에서는 초대형프로젝트다.
이 같은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그간 심혈을 기울여온 사람이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이성택 원광대학교 이사장이다. 그는 원광대학교 이사장 취임 전에는 원불교의 행정수반으로서 대외 업무까지 총괄하는 중책인 원불교 교정원장직을 3년간 수행했다. 그를 만나 원불교와 원광대학교의 비전 그리고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종교는 문화의 엑기스
이성택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위치한 원불교 경인교구 소유의 둥지골청소년수련원을 찾았다. 한적한 시골 수련원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때마침 내린 눈은 세상의 번뇌를 잠시 잊게 했다.
이 이사장은 수련원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눈이 내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을 예상했는지 그는 전북 익산에서 일찌감치 출발한 것 같다.

이사장을 처음 보는 순간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수도자의 모습이 그런 것일까. 익히 나이를 알고 가서일까. 고희를 앞두고 있는 이사장의 모습은 청년과 다름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주름살은 찾기 힘들었고 인자한 모습과 안정된 음성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기 충분했다.

“세계적으로 청자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입니다. 그 중에 상감청자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습니다.” 이 이사장은 뜻밖에 도자기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도자기 세계에 빠져들수록 엄청난 묘미가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이 이사장은 도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저력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은 세계의 모든 종교를 받아들인 대단한 민족입니다.” ‘종교는 문화의 엑기스’라고 정의를 내린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불교를 받아들여 신라에서 찬란한 꽃을 피웠습니다. 일본은 토속신앙과 불교가 접목되면서 변질된 면이 많지만 우리나라 불교는 세계에서 유일할 정도로 대승불교의 원형이 잘 보존ㆍ발전해 왔습니다. 유교는 중국에서 하지 못한 성리학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은 기독교도 받아들여 놀라운 발전을 일궈냈습니다”며 “세계의 모든 종교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세계 문화의 모든 엑기스를 받아들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 한국문화의 전통을 다시 잘 살려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한류 바람의 근원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류 열풍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태산 대종사(원불교 창시자, 1891~1943)께서는 ‘우리나라가 정신의 지도국이요, 도덕의 부모국이 된다’고 예언 했습니다”며 “세계의 예언가ㆍ학자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는 세계를 이끌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라며 “사상이 아무리 좋아도 시대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면 종교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면서 원불교 교조(소태산 대종사)께서는 3가지 사회사업 방향을 교단 창립 때부터 제시해줬다고 밝혔다.

▲ 원광대학교 이성택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교화·교육·복지-원불교 3대 사회방향
원불교의 사회사업의 3가지 방향은 교화 교육 복지사업이다. 교화사업은 법회를 통해 정신적인 양식을 공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교육사업으로는 원광대학교를 설립했다.
원불교가 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 이사장은 “원광대는 도덕대학이다. 세상의 기준을 볼 때 서열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도덕적인 심성교육을 하는 곳은 원광대뿐”이라며 “뿐만 아니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하는 중ㆍ고등학생을 위해 ‘대안학교’를 먼저 설립한 곳이 원불교입니다. ‘하드 트레이닝’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변화시킨 것을 보고 교육부 장관이 와서 보고 ‘이것이 대안이다’하여 대안학교 이름도 생긴 것입니다. 이것이 대안학교의 효시입니다”라면서 원불교의 교육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이사장은 일반 제도권에서 잘하지 못하는 사업을 원불교에서는 잘하고 있다며 탈북자학교도 운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원불교는 15곳의 복지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설은 120여 곳에 이른다. 고아원부터 요양원까지 폭 넓고 다양한 시설을 운영 중이다. 사회에 직접 뛰어든 것이 타종교와의 차별성이라는 이 이사장은 “일찍이 교조께서 이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선견지명이었다”며 “그 선경지명을 잘 실천해서 지금의 원불교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가, 사감, 교구장, 교정원장
이 이사장의 원불교와의 인연은 경북대 수의과대학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외가댁은 원불교 2대 교조인 정산 종사(1900~1962)의 집안이다. 이모를 통해 대구 원불교 교당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그때 이 이사장은 학업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여느 의대와 마찬가지로 공부를 많이 시켰다고 한다. 지금도 대학 다닐 때의 분위기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2학년 때까지는 장학금도 받고 그런대로 적응해 나갔지만 3학년이 되면서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시험성적을 공개하기도 하고 과락을 시키는 등 경쟁을 유발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라도 교수들은 공부를 시켰다. 교수가 학생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일인데 그는 그런 현실을 슬퍼하기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수의사로서의 인생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 인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는 원불교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당시 원불교 다니는 학생이 많았는데 뜻이 있는 학생은 성직자의 길로 들어갔고 그런 길을 부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 이사장도 그런 길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후 학교를 졸업하고 수의사 자격증도 땄다. 군대생활을 통해 한 번 더 인생의 회의를 느꼈던 그는 대학 때의 마음을 굳혔다.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는 원광대 3학년에 편입해 지금의 교무(원불교 교역자 직분)가 된 것이다.

원광대를 졸업한 그는 원불교 예비교역자 숙소인 ‘서원관’ 부사감을 지냈으며 이후 18년 동안 사감을 했다. 사감은 예비교역자를 가르친다. 그는 예비교역자를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을 깨달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사감 생활 18년, 그 시절은 저를 성숙하게 해주고 종교인으로 키워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사감을 지냈을 때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듯했다.

이 이사장은 52살이라는 나이로 최연소 교구장이 됐던 부산교구장 8년 시절은 그 전까지 쌓았던 지식 경륜 지혜를 유감없이 베푼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한다. 그 시절 그는 부산교구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부산교구를 알리는 일에도 충실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의 성공개최를 위해 부산종교인들이 연합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일에 일조할 수 있었던 것도 보람됐던 일로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는 서울교구장 시절에 교구장이 직접 관리하는 전도돌격대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전도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원불교 교인들의 4대 의무 중 하나는 일생동안 9명을 원불교에 입교시키는 것인데 ‘그것을 1년 안에 하자’라는 서원을 하고 교인들을 교육시켜 많은 교인을 입교시킨 일 역시 보람된 일로 그는 기억하고 있다.

교정원장으로서 3년간 활동하면서 보람됐던 일은 국가의 종교의식에 원불교를 포함시킨 것으로 원불교의 종교의식이 진행되는 시간에 원불교가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원불교를 많은 국민이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뜻깊은 일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2009년 원불교 군종이 탄생하는 일에 조그마한 보탬이 됐다는 것에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원불교는 올해 두 번째 군종을 배출한다고 한다.

▲ 2011년 원광대학교 총동창회 신년하례회에서 이성택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제공

40여 년 가까이 원불교에 몸담고 있으면서 가장 안타깝고 힘들었던 일에 대해 이 이사장은 “사감은 보람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힘이 들기도 합니다. 원불교에서 교역자가 되려면 6년간의 과정을 공부해야 하는데 적응을 못하고 헤매는 학생들을 볼 때 가장 힘이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는 몹시 안타까웠습니다”며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사장은 사감생활이 끝나갈 무렵 교무양성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숫자보다는 수준 높은 교역자를 양성하는 방법을 건의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교무총회에서 연판장을 돌려 ‘교육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어떻게 하면 이상적인 교무를 양성할 수 있을까하는 방법을 객관적으로 연구해 보자고 건의 했다. 현재의 교무양성 교육체계는 그 일을 계기로 정착된 것이다.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만들어 현재의 교무양성 체재를 만들었다.

◆종교지도자, 물질 욕망 벗고 도덕적 권위 있어야
종교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묻자 이 이사장은 “무엇보다도 종교지도자는 수행을 통해 마음을 닦아 그 모습이 겉으로 표출돼야 합니다. 또한 종교를 병들게 하는 것은 물질의 욕망과 집착입니다. 돈이 없어야 종교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돈 때문에 종교의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대형화ㆍ세습화되고 싸움을 하는 것은 전부 돈 때문입니다”며 가난하고 소박하며 종교의 본질에 충실한 지도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어 “조직을 운영하는 주체는 직위로 다스리면 안 되며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운영해야 합니다. 직위를 이용해 강압적으로 다스리려는 지도자는 앞으로 외면당하고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과거에는 위에 있는 사람이 언제든지 이겼지만 미래의 시대는 달라집니다. 지도자는 조직원의 장점을 잘 파악해 그것을 살려주는 일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1세기는 ‘엑셀런스(Excellence) 형’ 인간시대라고 합니다. ‘엑셀런스 형’ 인간이란 자기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재능을 스스로 발견하고 계발하며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여 21세기 지식문화 중심사회 주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미래사회는 개인의 장점을 잘 살려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이끌어 주는 지도자를 요구할 것입니다. 21세기는 인권시대입니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원불교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면서 미래사회는 횡적구조의 사회라는 것을 지도자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지나친 기복중심의 신앙이나 물질을 강요하는 종교는 미래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보편적 상식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의 특성과 제도를 빙자해 보편적 상식을 외면하는 종교는 존재하기 힘들 것”이라며 종교는 재정 등 모든 면에서 투명해야 함을 강조했다.

▲ 이성택 이사장(오른쪽)이 정세현 신임 원광대 총장에게 원광대학교 기(旗)를 전달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제공
◆원불교, 마음중심대학 웅비
이 이사장은 원광대학교에서 앞으로 10년간 추진할 ‘마음인문학’ 프로젝트는 인류문명의 새로운 희망이라며 흥분과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명문대를 다니던 한 여학생이 대학을 거부하고 학교를 떠난 일이 있었다.
이 이사장은 “그 학생은 ‘대학교육이 기업에 줄서기식 교육이다. 취업을 많이 시켜야 좋은 대학이라고 평가한다. 윤리와 마음 쓰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교육을 거부한다’는 표현을 했다”면서 “‘마음인문학’ 프로젝트는 동서고금의 마음에 대한 담론을 종합해 사상 치유 도야 공유 4분야의 융합연구를 통해서 마음인문학의 토대를 구축하며 이론과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등 정신문화 비전 제시를 수행함으로써 세계적인 마음인문학연구소, 도덕교육센터를 만들고 마음중심대학으로 웅비한다는 목적을 갖고 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기간 중 시범학교를 선정해 ‘마음인문학’ 시리즈 ‘STAR(Stop Think Action Review)’ 교육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Stop-마음을 멈춘다, Think-생각한다, Action-행동한다, Review-다시 되돌아본다는 이런 공식으로 실제 현장에서 교육시킨다는 생각이다.
“이 사업은 원불교의 방향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사업을 될 것입니다”라며 이 이사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모쪼록 이 사업이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원불교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4대 종교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원불교의 책임은 더 막중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성택 이사장의 어깨도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강렬한 눈빛은 원불교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학교법인 원광학원 이사장
-중앙총부 교정원 교정원장 (2006~2009)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대표 (2007~ 2009)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 (2007~ 2009)
-대통령 직속 통일고문회의 고문 (2007~ 2009)
-10.4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2007년)
-경주 원불교 새등이 문화원장 (2003~ )
-원불교 수위단원 피선 (1994~)
-원불교 종사(宗師-正式出家位) 법훈 서훈 (2006)
-서울교구·부산교구 교구장 (1995~2006)
-교화부·문화부·국제부 부장 (1991~1994)
-원광대 교학대학 원불교학과 서원관 지도교무(1972~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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