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기초과학 강국을 얘기할 때,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의당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래도 흔히 인구에 회자되는 기초과학 강자로서의 국가는 단연 독일을 들 수 있다. X선을 발견한 ‘뢴트겐’, 질소비료 발명을 통해 농헙혁명을 이룬 ‘카를 보슈’, 특히 상대성이론을 제시, 현대 물리학의 기반을 마련한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모두 독일인이다. 막스 플랑크(Max Plank; 1858~1947) 또한 아인슈타인에 비견되는, 독일을 대표하는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아마추어 과학자이던 아인슈타인을 발굴해 위대한 과학자로 양성시킨 것으로도 유명한 막스 플랑크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개념과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양자역학’의 창시자로서 더욱 유명해졌다. 19세기 후반, 즉 1800년대 말 뉴턴의 역학이론에서 출발, 맥스웰의 전자기파까지 확장해 물리법칙을 만들어 내며 성장했던 고전물리학계는,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이 중 빛에너지의 성질은 매우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빛이 과연 입자(photon; 광자)인가, 아니면 파장(electronic wave; 전자기파)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막스플랑크는 1900년에 발표한 그의 논문 ‘양자론’에서 “빛은 연속적이 아닌 개별적인 것이라고 하면서,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양자(Quantum)”로 정의했다. 본 이론을 배경으로 주파수가 높을수록, 즉 양자가 많을수록 에너지가 크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으며, 몇 년 후 아인슈타인은 막스플랑크의 본 양자이론을 바탕으로, ‘광전효과’라는 논문을 발표했고, 이 논문으로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막스플랑크는 양자역학이론으로 이 보다 3년 전인 1918년 노벨상 수상함-. 
즉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의 업적에는 그를 발견해 지도하고, 근간의 이론을 제공한 플랑크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플랑크의 학문에서의 업적과 현대물리학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고자, 이 전에 그가 회장으로 있던, 독일정부가 국영으로 설립한 과학연구단체인 ‘카이저빌헬름협회’의 명칭을 2차세계대전 종전 후에 ‘막스플랑크협회’로 개칭했다. ‘막스플랑크협회’는 현재 자연과학, 생명과학, 인문학분야 등 약 80여개의 공익증진을 위한 기초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혁신적이거나, 자금, 연구기간이 오래 소요돼, 장기적 성장 혹은 경쟁력강화 관점에서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본 협회의 산하연구기관으로서, 단일 연구기관으로 세계 최다인 3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대단한 연구성과를 이루었는데, 이는 전 세계 연구소 평가에서 자연과학분야 1위를 차지한 본 연구소의 탄탄한 연구토대를 입증해 주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대부분 독립적인 주제를 선정해 집중적인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주제로 연구될 필요가 있는 과제로 선정될 경우, 협회에서는 관련 분야 외부전문가들과 대학교수 등 연구자들이 참여해 원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며, 연구소는 외부의 영향 없이 독자적으로 집중적인 연구활동을 통해 성과 창출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공학분야, 법률 및 역사, 인류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는 수십 개의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독일 곳곳에 분포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현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협회가 지원하는 임프리스(IMPRS; 막스플랑크국제연구과정)라는 박사과정 프로그램을 개설해, 전 세계의 뛰어난 인재들이 그들이 희망하는 분야의 연구소에 지원해, 이론과 실습이 포함된 전공 교육을 실시하며, 다양한 스킬에 대한 워크샵도 제공하고 있다. 연구소의 이러한 지원은 외적으로는 전 세계적인 명성 유지는 물론, 내적으로 우수한 인재의 아이디어를 담아 이를 응용하는 풀(Pool)로 이끌며 상호 윈윈하면서 존속된다. 몇 년 전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가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공동 협력해 IT기반의 인지신경과학 융합연구에 나선 것도, DGIST입장에서는 본 연구소의 오랜 연구경험과 축적된 연구역량을 감안해 이 분야 기술의 국제화를 이루고자 하는 중요한 시도였으며, 플랑크연구소측에서도 국제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우수한 인재와의 직접적 교류를 통한 확장성을 목표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을 넘어 인력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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