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홍콩 침례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PLA) 군인들이 청소 작업에 나선 모습. (출처: 뉴시스)
16일 홍콩 침례대에서 중국 인민해방군(PLA) 군인들이 청소 작업에 나선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의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한 지 이틀 만에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거리로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비록 청소 작업이었지만,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위 사태에 관여할 수 있으며 무력투입까지 가능하다는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수십 명이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으려고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웠다.

홍콩 주둔 중국군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에도 400여명을 지원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홍콩 사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최후통첩’이 나온 지 불과 이틀 만에 군이 나오면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브라질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홍콩에서 계속해 과격한 폭력 범죄 행위가 벌어져 법치와 사회 질서가 짓밟히고 있다”며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해외 방문 중 국내 사안을 언급하는 건 극히 드문 데다, 시 주석이 열흘 새 두 차례나 홍콩의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한 만큼 이는 사실상 ‘최후통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거리에 나온 중국군 지휘관의 발언도 주목되고 있다.

한 지휘관은 “오늘 여기에 나온 목적은 홍콩의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라며 “홍콩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분석가 딕슨 싱은 “이는 홍콩 정부 뒤에 중국이 있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시위대에 상황이 잘못되면 중국이 더 적나라한 방식으로 군을 쓸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 시위대는 중국군의 출현에 강력 반발했다.

홍콩 범민주 진영 의원 25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거리 청소는 인민해방군의 홍콩 내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을 서서히 데워 개구리를 삶는 것(온수자와)처럼 홍콩 주민들이 인민해방군의 공개적인 활동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시위대와 경찰과의 충돌은 계속됐다.

양측의 충돌은 이날 오전 중년층 위주의 정부 지지자 100명 정도가 홈함 지역 폴리테크닉대 부근의 도로 교차로에서 시위대가 설치해둔 바리케이드를 치우면서 발생했다. 

시위대 수십명이 캠퍼스에서 몰려나와 정부 지지자들에게 청소 작업 중단을 요구하며 벽돌을 던졌고,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로 청소작업을 하던 사람들을 대피토록 하는 한편 시위대를 향해 수차례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시위대도 벽돌과 화염병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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