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정동 사랑의열매회관 외벽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연합뉴스)

공동모금회, 운영비 30% 감축·임원 교체 단행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사랑의 온도계가 설립 12년 만에 목표 100도를 넘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기록했다. 마감일인 31일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7일인 현재까지도 사랑의 온도계는 93.1도에 머물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실시된 ‘희망 2011 나눔 캠페인’을 통한 최종 모금액은 2088억 원. 이는 처음 목표액인 2242억에서 154억 원을 밑도는 수치로 사랑의 온도계는 결국 93.1도에 그쳤다.

이는 지난 12년간의 달성 현황을 보더라도 부진한 결과이다. 시행 초기인 2001년도에는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148.5도(633억 원)를 기록한 데 이어 2002년도에는 141.8도(897억 원)을 기록했다. 2004년도에도 120.8도(1185억 원)을 달성하며 사랑의 온도계는 공동모금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다.

특히 2006년에도 100.8도(1627억 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사랑의 온도는 100.5도(2096억 원)을 찍으며 공동모금회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달성 원인에 대해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사건과 구제역 등 사회 문제가 이어져 기부가 다소 줄어들었다”면서 “지난해 11월 내부에서 발생한 비리사건이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공동모금회는 단란주점과 노래방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공금을 개인 돈처럼 유용하고, 인사채용 과정에서 편법을 쓰는 등 불법을 자행해 국민의 뭇매를 맞았다.

공동모금회에서는 자성의 뜻으로 지난달 31일 운영비를 30% 이상 축소하고 임원을 교체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6개 지회가 3개 지회로 통폐합되고, 1급 사무처장도 16명에서 11명으로 감원한다. 설립 이후 처음으로 중앙과 지회 간부는 전원 교체된다. 중앙회를 포함한 지회는 조직 관리 운영비용을 30% 이상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모금기관의 존립 여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고진광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는 “이번 결과는 ‘사필귀정’으로 봐야 한다. 공동모금회가 여러 가지 쇄신안을 내놓고 있지만 분배·배분 과정의 의혹은 여전하다”면서 “배분 제도 개선과 기관의 감사를 투명화하지 않으면 존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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