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LG컨벤션홀에서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주관으로 ‘2019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국제 학술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5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LG컨벤션홀에서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주관으로 ‘2019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국제 학술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5

2019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국제 학술회의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누드·성행위 이미지뿐 아니라 동의 없이 사적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을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해야 합니다.”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LG컨벤션홀에서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2019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국제 학술회의’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 성범죄는 불법촬영, 성관계 영상이나 사진을 동의 없이 유포하거나, 성적 사진을 합성해 단톡방에 몰래 올리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디지털이 점차 발달함에 따라 신종 범죄의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 성폭력 사건, 연예인 대상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빠른 전파와 함께 영구삭제에 어려움이 있어 피해의 정도가 상당하다. 그러나 성범죄의 타깃이 된 대상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몰래 촬영 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미지 유포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이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클레어 맥글린 영국 더럼대학교 교수는 “이미지 기반 성폭력 피해대상은 피해대상이 촬영 피해자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동의 없이 ‘성적 이미지’가 공유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이에 대한 피해 범위를 파악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피 몰티버 리벤지포르노헬프라인 팀장은 “피해자들이 (범죄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름이 밝혀지고 수치를 당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며 “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소셜미디어에 사적인 사진을 올리겠다고 협박한 것에 대해 수치스러움과 유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는 이미지 유포 여부에 상관없이 (사적 이미지 공유가) 매우 충격적인 경험으로 후유증이 남겨진다”고 설명했다.

클레어 교수는 ‘이미지 기반 성폭력에 대한 국제적 대응 및 형사법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며 현재 존재하는 이미지 기반 성폭력 형사법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미지 기반 성폭력’을 다루는 종합적인 형사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법은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결여 돼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제한적”이라며 “성범죄는 성적 만족감이 유일하거나 주된 동기가 아닌 통제, 권력, 성적 만족감 등 여러 범죄 동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범죄를 ‘폭력의 형태 또는 수단’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을 경청해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발달로 일반적 이미지와 동영상을 성적인 음란물인 ‘딥페이크’ 또는 ‘페이크 포르노’로 조작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조작된 이미지’에 적용되는 법이 부족하다는 것이 클레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모든 형태의 이미지 기반에 성폭력을 다루는 종합적인 형사법이 필요하다”며 “이미지 기반 성폭력이 성범죄로 분류된다면 피해자를 보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피몰티버 팀장 또한 디지털 성범죄 형태에 대해 ‘동의 없는 사적 이미지 공유’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주를 특정 누드·성적 행위 이미지로만 국한하는 것이 아닌, 사적인 사진들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조작된 이미지에 관해 딥페이크(deepfake), 포토샵 이미지 등 사적인 이미지처럼 보이도록 조작된 이미지에도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디지털 성범죄 및 피해자가 받는 영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법 위반 시 결과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영국, 미국, 호주 등의 디지털 성범죄 주요 지원기관 실무자와 인터넷기업 관계자, 국제 변호사 등이 참석해 각국이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와 대응 현황을 공유하고 피해지원 활성화와 국가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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