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지난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현수막을 설치 했다. ⓒ천지일보 2019.11.14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지난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현수막을 설치 했다. ⓒ천지일보 2019.11.14

임대주택, 어쩔 수 없는 선택

빗물 새고 생활고까지 이중고

지진특별법 “반드시 제정돼야”

[천지일보 포항=송해인·원민음 기자]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 시기가 되면 다시 지진이 생각납니다. 아직도 마음 편히 잘 수가 없는데 시에서는 더해줄 일이 없다고 하니 지쳐만 가네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지 약 2년이 된 14일 이재민이 모여 사는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춘석(74, 여, 포항시 흥해읍)씨는 지진이 발생하고 2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정부는 우리가 아무 데도 못 가고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천재지변이 일어난 건 어쩔 수 없지만, 사람을 이렇게 방치해두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울화통이 터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피소 2층에서 생활하는 박춘자(가명, 60대, 여, 포항시 흥해읍)씨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임대주택으로 이사하지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이다”며 “정든 흥해를 떠나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라고 울먹였다.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지난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텐트와 천막의 모습. 지진 피해 주민들이 이용하는 대피소에 비가 새 비닐을 설치했다. ⓒ천지일보 2019.11.14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지난 1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텐트와 천막의 모습. 지진 피해 주민들이 이용하는 대피소에 비가 새 비닐을 설치했다. ⓒ천지일보 2019.11.14

대피소에서 살다시피 한 이들은 정부에서 금방 지원이 돼 안락한 생활을 할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겨울에는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임시로 핫팩과 이불을 깔고 잠을 청했으며 지난여름에는 찜통더위 때문에 텐트 안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생활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태풍 때는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양철로 된 지붕에서 ‘타다닥’ 퍼붓는 빗소리를 밤새 들어야 했고 비가 많이 오면 대피소 안으로 빗물이 새어들어 왔다. 이재민들은 빗물과 생활고에 이중으로 힘들어했지만, 공사는커녕 임시방편으로 비닐 막으로 덮은 게 전부였다. 이춘석씨는 “여기 사람들 모두 악으로 버티고 있다. 나이 먹어서 내 집에서 맘 편히 살지도 못하니 한스럽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진 발생 초기에는 1000여명의 사람들이 대피소에 있었으나 현재는 212명의 사람이 남아있다. 이들은 피해등급과 관련해 포항시와 여전히 대립상태다. 시는 임시구호소에 등록한 이재민을 LH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30여가구는 이주를 포기하고 체육관에 잔류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포항을 덮쳤던 지진의 흔적은 여전했다. 여기저기 무너진 벽돌 담벼락과 건물 외벽에 생긴 번개 자국 같은 균열, 무너진 배수관 등으로 지진 피해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런 환경 속에 포항 주민의 불안과 고통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보였다. 특히 지진이 진앙 인근 지열발전에 따른 인재란 결과가 나왔지만 지지부진한 지진 관련 특별법 제정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의 모습. 지난 14일 오전에 찾은 아파트에는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천지일보 2019.11.14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의 모습. 지난 14일 오전에 찾은 아파트에는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천지일보 2019.11.14

이에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13일 지진 발생 2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지열발전의 촉발 지진으로 지난 2년간 막대한 고통을 감내하며 피해복구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시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지진 특별법 제정에 힘써 달라”고 밝혔다.

‘포항지진 특별법’은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 유사 내용으로 5건을 발의했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과 지난해 2월 11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와 4.6 지진으로 경제적,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피해를 본 시민에게 피해 구제와 생활 지원을 한다는 법안이지만 현재 여·야 대립과 의견 차이로 표류한 상태다. 오는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진 발생 2년이 됐지만, 이재민 300여명은 대피소나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매일 눈물을 흘리며 생활한다”며 “이제 기댈 곳은 특별법 제정이다. 올해 11월 15일까지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 약속을 반드시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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