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오른쪽부터),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여러 차례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오른쪽부터),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여러 차례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뉴스)

“당당하면 아베 총리 나와라”

변호인 “존엄성 회복위해 재판”

일본정부 ‘주권면제’ 이유 불참

소송 원고 11명 중 5명 생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소장이 접수된 지 3년이 지난 13일 열렸다. 재판에 나온 피해자들은 무릎을 꿇고 일본 정부가 당당하면 재판에 나오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의 원고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는 법정에 나와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곱게 키워 준 부모님이 있는데, 군인에게 끌려가 전기 고문 등을 당하고 1946년에야 돌아왔다”며 “저희는 아무 죄도 없고, 일본에 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30년간, 이제 나이가 90이 넘어가도록 아픈 몸을 이끌고 죽을힘을 다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사죄하라고 외치고 있다”며 “일본이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 죄는 재판에 나오지 않는 일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을 상대로 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을 상대로 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그러면서 “저희를 살려 달라. 진상 규명과 공식 사과를 외치고 재판을 하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저희는 너무 억울하다”며 재판부에게 지난날의 억울함을 쏟아냈다.

이날 재판엔 원고 중 이용수·길원옥 할머니가 출석했다. 이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다른 소송을 낸 이옥선 할머니도 이번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었다.

이 할머니는 “나라가 잘못해 놓고 재판에 나오지도 않는다. 아베 일본 총리가 나와야 한다”며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는데, 역사가 남아 있기에 꼭 해결해야 한다. 법적 배상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변호인들은 “이 소송은 일본국 위안부 생존자들이 제기한 소송 중 처음 한국 법정에서 진행되는 재판으로 할머니들이 연세가 있기에 아마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72년 전 침해된 피해자들의 존엄성과 자유권을 회복하기 위해 재판을 결정했다. 사법부의 공적 확인을 통해 국내·국제법상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고 이번 소송의 취지와 의의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에게 “국가면제(주권면제) 이론이라는 큰 장벽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또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잘 심리하겠다”고도 말했다.

이 소송은 2016년 12월 28일 처음 제기됐지만, 일본 정부가 ‘주권면제(한 주권국가에 대해 타국이 자국의 국내법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하다는 원칙)를 주장하면서 3년 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천지일보=박주환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하관식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망향의 동산에서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
[천지일보=박주환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하관식이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망향의 동산에서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

또 일본 정부는 한·일 양국이 가입한 헤이그협약에 따라 소장의 송달 자체를 거부해왔다. 해당 협약의 13조엔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엔 소장 접수를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우리 법원은 ‘공시송달’을 통해 일본 정부에 소장을 전달했다. 공시송달이란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재판 내용을 게재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용이 알려진 것으로 보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법원은 5월 9일 자정부터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고 첫 변론기일을 잡았다.

재판이 미뤄지는 동안 소송을 제기한 원고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세상을 떠났다. 올해 세상을 떠난 곽예남·김복동 할머니도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5명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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