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여년을 복역한 윤모씨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여년을 복역한 윤모씨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3

윤씨 “당시 경찰은 무능했다”

변호인단도 재심 청구 기자회견

“합리적의심 못했는지 돌아봐야”

“사법관행 돌아보는 계기 돼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억울하다며 13일 법원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고 난 뒤 윤씨는 취재진에게 “수십년 전 일의 진실이 밝혀지고 제가 무죄를 받고 명예를 찾으면 좋겠다”며 “당시 경찰은 무능했다. 하지만 지금 경찰은 신뢰하고, 앞으로도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하게, 제 무죄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당부의 말도 전했다.

재심 청구서 제출에 앞서 윤씨의 재심 변호인단인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이주희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심 과정은 단순히 승패 예측에 머물지 않고 당시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경찰과 검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국과수), 재판, 언론까지 왜 아무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모씨의 재심사건을 맡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재심청구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모씨의 재심사건을 맡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재심청구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3

이들이 꼽은 핵심 재심 청구 사유는 두 가지로,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형사소송법 420조 제5호),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제1호, 제7호)다.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로 박 변호사는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의 증언을 지목했다. 이춘재가 피해자 집의 대문 위치, 방 구조 등을 그리며 침입경로를 진술한 점을 든 것이다.

당시 국과수의 감정서도 문제로 봤다. 과학적 근거가 취약하고, 주관이 개입됐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검토 결과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오류 가능성을 주장한 것이 그 근거라고 밝혔다.

수사기간의 직무상 범죄에 관해 박 변호사는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이 소아마비 장애인 윤씨를 불법 체포하고 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윤씨의 자백이 담긴 진술서도 문제라고 지목했다. 윤씨는 초등학교 3학년에 중퇴에 글씨와 맞춤법에 서툴다. 이런 윤씨에게 경찰은 자술서에 쓸 내용을 불러주고 글을 써서 보여주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여년을 복역한 윤모씨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혔다. 윤모씨는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지난 1998년 10월 수원지방법원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거쳐 20여년을 복역했다. 사진은 윤모씨가 자신의 심경을 자필로 작성한 내용이 담긴 종이. ⓒ천지일보 2019.1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여년을 복역한 윤모씨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소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혔다. 윤모씨는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지난 1998년 10월 수원지방법원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거쳐 20여년을 복역했다. 사진은 윤모씨가 자신의 심경을 자필로 작성한 내용이 담긴 종이. ⓒ천지일보 2019.11.13

아울러 박 변호사는 윤씨가 대법원까지 재판을 거치는 동안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도 못한 점도 지적했다.

그는 “재심 청구를 통해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겪은 윤씨의 무죄를 밝히고, 사법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권 수사, 과학수사 원칙, 무죄 추정 원칙, 증거재판에 관한 원칙 등이 좀 더 명확하게 개선돼야 하고, 재심의 엄격함을 보다 완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윤씨의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끝낸 뒤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에서 당시 13살이던 박모양의 집에서 박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8차 사건으로 분류됐으나, 윤씨의 모방범죄로 일단락 된 바 있다.

당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된 뒤 조용한 삶을 살아가던 중,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가 8차 사건을 비롯한 화성 사건 10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면서 결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윤씨는 지난달 2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이춘재가 지금이라도 자백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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