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믿고 보는 연극 연출가’ 강봉훈 … “호기심이 내 원동력… 경험하고 부딪혀라”
[피플&포커스] ‘믿고 보는 연극 연출가’ 강봉훈 … “호기심이 내 원동력… 경험하고 부딪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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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봉훈 연출가가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봉훈 연출가가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7

강봉훈 플레이커뮤니티 대표
 

고등학교 시절 학예회 통해

연극에 반한 뒤 30년 째

연출가·극작가 길 걸어
 

뮤지컬 ‘햄릿’ 연극 ‘시비노자’

‘마농의 오르골 가게’ 등 연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보통 연극의 3요소라 하면 희곡, 배우 그리고 관객을 꼽는다. 희곡(대본)이란 도화지 위에 배우의 연기로 그림이 그려지면 관객들은 희곡의 흐름에 집중해 사건을 따라가고 배우의 숨소리를 느끼며 함께 호흡한다. 특히 관객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우와 더불어 공연 기획자, 연출가, 작가 등 수 많은 사람들의 손이 필요하다.

그 중 ‘연출가’는 관객에게 있어 시각적인 요소를 만드는 데 총괄적인 역할을 한다. 연출에 대한 애정으로 연극과 뮤지컬 등을 넘나들며 30년째 다양한 공연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연극연출가 강봉훈 플레이커뮤니티 대표를 지난 7일 만났다.

정치학과 출신이 연출가가 되기까지

어렸을 땐 정말 공부에 관심이 없었어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명량·쾌활·주의산만’ 이었죠.

고향이 전주라는 강 연출가는 어렸을 적부터 ‘명량한 성격’이었다고 소개했다. 처음 공연에 눈을 뜬 건 고등학생 때였다. 공부도, 학교도 재미없게 느껴졌던 찰나에 우연히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학예회를 하게 됐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것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신세계를 느낀 강 연출가는 그 후부터 남들과 다른 ‘연극’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강 연출가는 “학예회서 배우를 하다 보니, 연극을 이뤄가는 구성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배우는 단순 연기만 하면 됐지만, 연출 같은 경우 조명, 음향 등 재밌는 요소들을 다룰 수 있다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 그 때부터 강 연출가는 연출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살을 맞은 강 연출가는 진로를 앞두고 ‘공부를 안하고 연극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생각해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생각했던 대로 학교생활은 무탈했지만 연극 연출의 전문가가 되기에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22살, 전공을 바꿔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다시한번 입학했고, 이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 협동과정을 밟으며 연출가에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됐다. 

작품으로 말해온 30년… 연출부터 연기코칭까지 

연출가로서 포부를 품은 강 연출가는 30년간 닥치는 대로 연출 작업을 해왔다. 2007년 뮤지컬 ‘쉬어 매드니스’ 2008년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 2009년 Cj청소년 연극 페스티벌 ‘연’ 공동연출 2011년 아동극 ‘마농의 오르골 가게’ 2013년 개방형 토론연극 ‘시비노자’ 등 연극뿐 아니라 현대무용부터 뮤지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공연이 부르면 달려갔다. 더욱이 그는 연출에 국한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대본까지 쓰는 극작가로서도 활동했다. 현재는 연출뿐 아니라 아마추어 배우들의 연기 코칭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정말 누구보다 ‘열일(열심히 일하는 중)’을 해온 셈이다.

“작품이 결정되고 나면 연출가는 본격적으로 흐릿한 그림들을 구체화 하는 단계에 돌입하게 됩니다. 배우 캐스팅부터 무대, 소품, 조명 장치 등등 작품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죠…. 연출가는 한마디로 총 책임자에요. 내 선택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니까요.”

그가 연출한 많은 작품 중 ‘쉬어 매드니스’는 국내에서 관객 참여형 연극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많은 국내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쉬어 매드니스는 미국 시카고 초연으로 국내에선 강 연출가의 손을 거쳐 재탄생했다. 연극은 살인사건 용의자를 찾는 과정을 그리는데, 관객은 각 인물의 알리바이를 들으며 범인을 추리해나간다. 정해진 결말이 없는, 관객이 어떤 결론을 지었건 전부 정답이 될 수 있는 멀티엔딩이다.

강 연출가는 쉬어 매드니스 연출의 경험이 ‘시비노자’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쉬어 매드니스의 특징이 추리라면 시비노자는 토론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같은 관객 참여 연극이지만 참여 방식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시비노자는 강 연출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연출까지 나선 작품으로 2003년 초연했다. 새아버지를 살해한 소녀의 유·무죄를 국민배심원단이 다투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봉훈 연출가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애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봉훈 연출가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애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3

‘시비노자’는 옳음과 그름을 뜻하는 ‘시비(是非)’와 성낼 노(怒), 놈 자(者)의 합성어에요. 연극 특성상 흔치 않은 방식이었죠.

시비노자는 연극을 통해 ‘당신의 생각은 어떠냐’고 묻고 관객들이 내린 결론에 따라 극을 마무리한다. 이에 따라 시비노자 2부는 배우가 무대에서 객석에 토론을 요청하는 것까지가 대본의 끝이다. 이후 관객과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연극을 스토리가 결정된다.

강 연출가는 작품에 메시지를 담을 때 주로 키워드부터 떠올려서 이어간다. ‘희생’ ‘진실’ ‘정의’ 등이 그 키워드다. 이러한 키워드는 그가 살아왔던 배경과 연관됐다. 비슷한 배경에서 살아오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그의 뜻이 담긴 셈이다.

일례로 그의 작품 중 아동극 ‘마농의 오르골 가게’는 ‘희생’이란 의미에 관점을 맞췄다. 주인공 눈사람 마농이 지구 온난화가 찾아온 마을에 더 이상 눈이 오지 않게 되자 본인을 희생해서 눈을 내리게 한다는 다소 슬프고도 감동적인 내용이다. 강 연출가는 “희생엔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시비노자의 경우 “토론을 통해 진실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봉훈 연출가(맨 왼쪽)와 배우, 스탭들이 연극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강봉훈 연출가)
강봉훈 연출가(맨 왼쪽)와 배우, 스탭들이 연극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플레이커뮤니티)

사실 강 연출가가 연출가의 길을 걸어오는 데에는 즐겁고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준비하면서 1년에 고작 200만원을 번적도 있었고, 중국 현지에서 연극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무산돼 연출비를 다 날린 적도 있었다.

힘겨웠지만 작품은 또 살아갈 에너지를 주곤 했다. 연출가로서의 힘든 길에도 연출가의 길을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연출만큼 재밌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뭐든지 하면 재밌어야 한다는 게 인생의 모토에요. 그런데 아직 연극만큼 재밌는 걸 만나지 못했어요.

이러한 그는 연출의 원동력이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궁금한 게 생기면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도서관이나 전시회장을 찾기 일쑤였다고 했다. 

‘재밌는 것’을 찾기 위한 강 연출가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그는 각분야에서 오랜기간 경력을 쌓아온 스탭들로 구성된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룹인 ‘플레이 커뮤니티’의 대표로 문화예술의 발전과 창조적인 콘텐츠 생산을 목표로 또 다른 획기적인 공연을 준비중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연출가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강 연출가는 단순이 연출가라는 직업이 주는 겉모습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진정한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했다. 

직업적으로 멋있어 보인다고 해서 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아, 이거 정말 재밌구나’ 느꼈을 때 시도하고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해요. 연출가의 길은, 오랫동안 지루하고 험난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재밌는 놀이라고 느끼면 그 재미 때문에 연출가라는 직업도 끝까지 갈수 있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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