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선생님 머리통 좀 치워볼래요?” 이 말은 영화 속의 대사가 아니다. 현재 서울 모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초등학생이 담임선생에게 직접 한 말이다. 초등생을 포함해 청소년들에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성, 글로벌 인재도 중요하지만 도덕적 덕목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인성이 모자르고 예가 없는 청소년들에게 소위 말하는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요즘 초등학생들은 같은 반 친구의 부모를 보고도 잘 인사하지 않는다. 개인주의 성향 속에 부모의 그늘 아래 가려진 학생들은 7080년대 예를 중시했던 사회와는 달리, 개인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최근 한 취업사이트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들이 가장 뽑기 싫은 신입사원은 태도가 불손하고 예의 없는 ‘유아독존형’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면접 지각 등 기본이 안 된 ‘무개념형’ 18.7%, 회사·직무 이해도가 낮은 ‘무념무상형’ 16.9%, 개인주의적인 ‘모래알형’ 11.8%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들이 사회 속에서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불손하거나 예를 갖추지 못한 청년들을 기피 1순위로 여기고 있다. 부족한 인성교육을 초등학교와 가정에서 부모가 실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제적·물질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고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어린 세대들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인성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개인주의와 더불어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도덕적 상실, 가장 중요하다는 예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초등생부터 청년까지 예가 모자른 우리 사회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최초로 만든 나라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동방예의지국’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선진국의 사람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매너가 갖춰져 있다. 남을 배려하고 먼저 인사하고 미소 지으며 타인을 공경하려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옛 어른들이 강조했던 예와 효가 먼저 갖춰져 있는 내실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 더 시급해보인다.

교육의 실천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을 포기하는 선생님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등학교 교실에 가보면 중간 이하의 학생들이 자거나 딴짓을 해도 컨트롤하지 않는다. 교사의 의식과 사명감이 저하되면 학생의 인성교육을 실현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교사들이 굳은 심지를 가지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인성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에게 ‘머리통’이 아니라 선생에게 욕을 하고 교실문 밖을 나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학생들의 인성이 부족하게 된 계기는 입시위주의 교육문화, 모자른 도덕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 점점 학교에서 포기하는 선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여러 명이 한 친구를 폭행하고 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는 현상은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등한시한 교육 당국, 학교와 가정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수년 전부터 공공장소에서 수위 높은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들의 행동은 매우 밉상이다. 타인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인지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과격한 행동은 모두 그들이 학교시절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시위주 교육만 부르짖는 학교들이 지금의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만든 원인 제공자다. 선생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계속적인 입시 위주 교육과 개인주의 사회 지속은 대한민국을 인성이 부족한 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다. 사람의 말과 행동, 마음가짐, 예를 갖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포함하는 것이 사람됨이고 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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