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출수 하천으로 흘렀을 가능성에 상수원 비상
연천 돼지 사체 2만 7000마리 용기 없어 방치
당국, 부랴부랴 긴급 점검… 주민, 불안감에 ‘한숨’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을 한 돼지의 사체 더미에서 침출수가 새어 나와 하천으로 흘러드는 사고에 정부가 부랴부랴 모든 매몰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일각에선 침출수가 식수원인 임진강으로까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등으로 구성된 ‘ASF중앙사고수습본부’는 12일 경기 연천군 지역의 돼지 살처분 및 매몰 처리 과정에서 돼지 피 등이 섞인 침출수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침출수가 상수원인 임진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긴급 차단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수습본부는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인근 소하천으로 유입된 침출수를 수중모터로 빨아들인 뒤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파주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금파취수장의 취수를 중단하고 파주 북부지역에 공급되는 수원을 팔당 광역 상수도로 대체,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ASF 확산의 예방적 차원에서 경기도와 연천군은 지난달 12일부터 지역 내 돼지 14만마리를 모두 없애는 작업을 진행했다.
4만 7000여마리는 매몰 대상이었고, 나머지 9만 3000여마리는 렌더링 방식(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 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을 퇴비나 사료원료로 활용)으로 처리했다.
돼지 살처분을 진행하면서 매몰 대상 4만 7000여마리 가운데 2만 7000여마리의 경우 매몰 처리에 쓸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가 부족하단 이유로 작업을 마무리 하지 못한 채, 사체를 중면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있는 군부대 내 매몰지 터와 트럭에 나눠 실은 채 쌓아뒀다.
이 과정에서 매몰 처리에 필요한 대형 용기의 제작이 늦어지자 매몰지에 살처분한 돼지를 그대로 쌓아두고 작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인근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악취도 악취일뿐더러 침출수 유출로 또 다른 큰 사고가 발생할 것이란 불안감이다.
수습본부는 지자체들로 하여금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매몰 조치를 하도록 조치했다.
이뿐 아니라 농식품부·가축방역지원본부 관계자를 연천군 현장에 긴급 파견해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매몰지 작업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아울러 추가적인 침출수 유출 사태를 막기 위해 농식품부·환경부·지자체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매몰지 101곳을 대상으로 일제 현지 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