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면세점 현황. (제공: 한국면세점협회)
서울시내면세점 현황. (제공: 한국면세점협회)

신규 입찰에도 無반응

롯데·신라·신세계 불참

현대百 참여여부 타진

유찰 가능성도 제기돼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시내면세점 특허권(보세판매장 영업특허권) 입찰이 시작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11일 입찰 첫날 접수된 신청서는 한건도 없었고 빅3 사업자들은 불참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이번 입찰 참여를 위해 두산과 벌이던 협상이 12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단독입찰에 무게가 실렸다. 

관세청은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 등 5곳 시내면세점 입찰 참가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날 신청자는 없었고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 신세계면세점 모두 불참을 예고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정했고 롯데는 이미 기존 시내면세점에서 충분한 매출을 올리고 있어 추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신라면세점은 최근 숙원사업이던 한옥전통호텔 건축심의에 통과했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녹록지 않아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신라호텔은 이번 건축심의 통과에 따라 한옥전통호텔과 면세점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한다. 그간 신라면세점의 단점으로 꼽혔던 ‘좁은 규모’를 개선하기 위해 한옥호텔이 기존 면세점 자리에 들어서고 면세점은 신라호텔 바로 앞에 새롭게 지어진다. 새로운 면세점은 대형버스 60여대를 주차할 만한 공간을 포함해 4층~지상 2층 규모로 들어선다. 이처럼 신라호텔의 경우 신축에 대규모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입찰에는 불참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건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연말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처음으로 면세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보복으로 면세점 시장의 매출이 보따리상(따이궁)에 더 치중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시간에 여러 면세점을 찾아야 하는 따이궁 입장에서는 롯데, 신라, 신세계가 모여있는 강북을 선호하고 있어 위치 경쟁에 밀렸다. 때문에 강북 입점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인 면세점 업계에서 단일 매장만으로는 바잉파워를 키우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백화점은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사업권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문제는 효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특허권 반납을 선언한 두산의 면세점 입지와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첫날 입찰참여를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12일 오후 두타면세점 자리를 연간 100억원에 5년간 임차하고 두타면세점의 인테리어 등도 143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를 이용해 신규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두산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동대문 두타면세점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두산 측 제의를 받고 두타면세점 입지를 신규 면세점 사업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해왔고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신규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두산 측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과 두타면세점 매장 임대와 직원 고용 안정, 자산 양수도 등 상호협력 방안이 담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두타면세점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우선으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다행히 현대백화점은 참여하게 됐지만 이번 입찰은 흥행 실폐라는 게 중론이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예고된 ‘흥행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업자가 급격히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사드 보복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송객수수료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특허권이란 선물을 받았지만 5년간 자리를 잡기 위해 인프라를 만들고 고객 유치를 위해 많은 송객수수료를 투입하다 보니 수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기존 사업자들은 경제의 규모로 바잉파워를 갖고 있는 데다 수수료 부담능력까지 갖췄지만 신규 사업자들은 이를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화갤러리아가 남아있던 63갤러리아면세점마저 올해 9월 정리했고 지난달 두산도 사업권 조기 반납을 선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4년 5개에 불과하던 시내면세점이 13개까지 늘면서 이미 경쟁이 포화됐고 수수료 전쟁으로 현재 남은 기업들도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기존 업체도 문을 닫는 판에 누구를 위한 신규 특허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시장 안정과 한국 관광산업을 위해 진실된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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