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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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 요구해 국민에게 고발당했는데, 또 집회서 “헌금시간”
전 목사 ‘배짱’ 배경엔 지지자들… “할렐루야” 외치며 입금
앞서 기부금품법·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고발‧경찰 수사 중
경찰 무시하는 전 목사, 전광판 계좌번호 띄우고 포대 돌려
경찰, 출석 요구 불응에 강제수사 검토… 사용처 조사 대상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 때마다 헌금을 걷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너알아TV’ 채팅창에서도 헌금을 걷고 있어 논란이 된다.

‘문재인 하야’를 외치며 청와대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간 전 목사는 11일 자신이 운영하는 ‘너알아TV’통해 생중계 방송을 했다. 방송 중 전 목사를 지지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린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영상 하단에 있는 후원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사람이었다. 실시간 채팅창에서 한 시청자는 “(전 목사를) 생심으로 응원합니다. 할렐루야”라며 5만원을 입금했다.

전 목사의 헌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목사는 매 집회 때마다 헌금함을 설치해 논란의 도마에 연신 오르고 있다. 전 목사는 이미 지난달 3일과 9일 열린 ‘조국 퇴진’ 집회에서 헌금을 모금해 기부금품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 현행법에서는 종교행사를 명분으로, 불법 기부금을 걷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전 목사는 “오늘 순서 중에서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무슨 시간일까요. 헌금하는 시간이죠. 헌금”이라며 헌금 봉투를 돌려 상당액을 모금했다. 모금 이유는 지난 광복절에 비가 많이 와서 (헌금을 못 걷어) 부도가 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난데없는 헌금 요구에 지나던 시민은 물론, 일부 참석자들은 욕설까지 내뱉으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민 사이에선 “무슨 헌금이냐”는 외침도 들렸다.

하지만 전 목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를 계속 이어나갔으며 헌금위원들은 정사각형 모양의 헌금함을 들고 참석자들 사이를 계속 돌아다녔다. 헌금함에는 ‘본 헌금은 전광훈 목사님의 모든 사역을 위해 드려지며, 헌금의 처분 권한을 전 목사님께 모두 위임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집회 이후 전 목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천절인 3일 집회 때만 해도 1억 7000만원을 모금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00만원 이상의 헌금을 모금하면서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관할 기관에 등록하지 않고, 정치적 성격의 집회에서 종교행사를 명분으로 돈을 모았다는 이유로 전 목사는 시민단체 평화나무 등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이에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 목사를 조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 목사는 “한기총이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한 문 대통령을 먼저 조사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헌금을 걷어 들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은 지난 9일 전 목사가 주도하는 보수 단체들의 정권 퇴진 촉구 집회 같은 경우 사회자를 맡은 조나단 목사는 이제 헌금을 할 시간이라며 전광판에 돈을 보낼 계좌번호를 띄웠다. 사회자는 “파란 조끼 입은 분들에게만 꼭 헌금을 내 달라”며 돈을 요구했다.

11월 첫 주말에도 헌금 요구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헌금위원이라고 적힌 푸른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포대(베자루)를 들고 헌금을 걷어 들였다.

경찰은 헌금 모금이 신도 이외의 집회 참가자 전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주목,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모금된 헌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전 목사에 대해 강제수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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