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土)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역사적인 날이며, 이 사건이 갖는 의미가 우리에게 남다르게 와닿는 것은 왜일까.

오늘이 또 다른 하나의 의미를 갖는 것은 힘들게 쟁취한 문재인 정권이 출범, 그 릴레이를 시작해 이제 반환점에 도달한 날이라는 것이다. 마라톤의 이치가 그러하듯, 이제 그 힘과 동력은 소진되고 끝까지 어떻게 힘을 배분해 꼴인 지점을 무사히 통과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긍정과 부정의 입장표명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이제 뛰어온 코스를 한번 복기해 볼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과거정권과의 차별성을 위해 공정과 정의 등의 남다른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우며 국민들의 기대 반 우려 반과 함께 시작했다. 

이 같은 캐치프레이즈는 어쩌면 과거정권을 적폐로 간주하고 심판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했다. 그 같은 설정 이면에는 오늘의 혼란한 정치현실이 이미 예고돼 있었다면 틀리지 않은 진단일 것이다. 또 그러한 설정은 정치적 보복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보니 국정운영의 본질이며 통치의 근본이 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 전반에는 진심과 진실이 담기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정 초반, 국정운영에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합리화를 위한 변명에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라는 수식어가 어김없이 따라다녔던 게 바로 그 증거다.

지도자의 통치 철학도 국정운영지침도 방향성도 모호한 가운데 미래가 아닌 과거에만 집착한 정부정책은 온 나라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바빴고,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갈라진 두 진영은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을 야기시키고 말았으니, 첨예한 국론분열은 이미 예고된 바다.

그러다보니 현 정부는 정권 유지를 위해 더욱더 지지층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것은 상대진영을 더욱더 무장시키게 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되니, 이젠 그 늪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마디로 통치력의 부재였고, 현실상황 대처능력 또한 초급수준에 불과했고,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의 주요행정부처 실무능력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오직 잘하는 것은 과거 애착 내지 집착뿐이었다면 지나친 혹평일까. 그것도 좋게 말하면 애착이고 나쁘게 말하면 집착이었단 점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진보정권의 진보진영이 가진 것은 도덕과 정의 빼고는 내세울 게 별로 없었을 것이나, 지금까지 국민들 앞에 보여지고 드러난 이중성 내지 표리부동, 그래서인가 ‘내로남불’이란 단어를 유행시킨 정권으로 영원히 남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지도자도 없고 가진 게 없고 한 게 없는 무주공산과 같은 형체 없는 정권으로 남을 공산이 커 보인다.

조국사태를 위시해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중성, 알만한 인사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한 표리부동한 실태들에 대해 무어라 변명할까. 지식인들 간에는 자칫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아류정치의 난세로 전락할까 두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이 같은 난세정치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자의든 타의든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각양각색의 찌꺼기들을 대책은 없지만 들쑤셔 수면 위로 들어 올리게 한 공로는 긍정과 부정을 떠나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동안 오랜 세월 기득권에 취하고 안주해 오기만 하던 야당은 자신들의 무능을 종교집단(한기총 등)에 기생해 길거리를 방황하는 유랑자의 신세로 스스로를 전락시키며, 진정한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면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국제 상황 속에서, 지정학적으로도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국민들에게 실력도 전략도 비전도 철학도 제시 못하는 정치꾼들의 정치 쇼를 국민들은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그들은 자신들로 인해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사는 애국 시민들의 심정을 알기나 할까. 

청와대와 정부와 여당은 지지층에 의존해 명맥을 유지해 가려하고, 야당은 과거 적폐로 청산 대상이면서 나아가 이 나라 현실을 이 모양으로 만든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 지도자들에 기생해 그 안타까운 명맥을 유지하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한숨과 연민이 교차하니 필자만의 기분일까. 난세에는 난세를 극복할 영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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