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7

자사고 등 학비, 일반고 3배

민사고 연 2840만원에 달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와 비교 시 학비부터 큰 차이를 보이며 가계소득에 따른 계층 간 격차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교육부가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교 유형에 따라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학비는 일반고 대비 평균 3배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등 등록금에 교과서비·기숙사비·급식비 등 수익자부담금을 합한 ‘학부모 부담금’을 살펴보면, 일반고 학부모 부담금은 연간 28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강원 민족사관고(민사고)나 전주 상산고 같은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엔 연간 1인당 학부모가 내는 부담금이 약 1250만원으로 일반고의 4.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제고 970만원, 외국어고 830만원, 광역단위자사고 790만원 등도 일반고 보다 학부모 부담금이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자녀를 광역단위 자사고에 보내려면 일반고의 적어도 2.8배의 학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부담금에 대해 상위 10개교를 꼽으면 ▲민사고 2840만원 ▲청심국제고 2400만원 ▲경기외고 1730만원 ▲하나고 1520만원 ▲명덕외고 1390만원 ▲김포외고 1330만원 ▲용인외대부고 1290만원 ▲대일외고 1240만원 ▲인천하늘고 1220만원 ▲한영외고 1200만원 등 순이다.

높은 학비를 감당해야 하다보니 자연스레 소득수준이 높은 가구일수록 특목고와 자사고 등에 자녀를 진학시키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일반고에 진학하는 현상이 고착화됐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가 7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교육부의 자사고·특목고 일괄폐지 정책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7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가 7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교육부의 자사고·특목고 일괄폐지 정책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7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발표한 ‘사회 이동성 복원을 위한 교육정책 방향’ 중 서울지역 고1 학생의 학교 유형별 가구소득 분포도를 살펴보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는 자율고와 특목고에 진학시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목고는 가계 경제수준이 월 500만원 이상인 경우가 절반 이상(50.4%)에 해당했으며, 350만원 이하 소득 가구는 19.7%였다. 자율고는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이 41.9%로 특목고보다 비중이 적었다. 다음으로 ▲351만~500만원 27.7% ▲201만~350만원 14.2% ▲200만원 이하가 16.3%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일반고는 350만원 이하 소득 가구 비율이 절반 이상(50.8%)을 차지했고 500만원 이상 소득 가구는 19.2%에 불과했다.

특성화고는 특목고와 정반대로 82.1%가 소득 350만원 이하 가구였다. 또 200만원 이하가 57%, 201만~350만원 소득의 가구가 25.1%였다. 소득 351만원 이상 가구 비중은 총 17.8%에 불과했다. 이 중 500만원 이상 가구는 4.8%였다.

이 같은 차이는 사교육비에서도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고교유형에 따라 중학교 시절 사교육 참여율은 과학고·외고·국제고-자율고-일반고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고는 69.5%로 전체 평균인 69.6% 수준이었으나, 자사고·자율형공립고의 경우 78.8%, 과학고와 외고·국제고는 89.8%에 달했다. 10명 중 1명이 사교육을 받아야만 상위 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 셈이다.

평균 사교육비 액수도 같은 순서로 나타났다. 과학고·외고·국제고에 진학하기 위해 중학교 때 사교육을 받은 학생은 월 49만 3000원, 자율고 42만 5000원, 일반고 29만 6000원을 썼다.

고교입학 이후에 상위권 대학진학까지 서열화가 고착화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가 지난달 실시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 학종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모집 모두 지원과 합격, 등록 전 과정에서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서열화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괄전환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싼 학비와 교육비가 소요돼 일반고는 2류로 밀려나고,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학부모 등이 갖는 위화감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대학입시단계에서 일부 학교에 유리하게 돼 있고, 학종 일부 고교 정보가 불공정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