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감 하나가 감나무 가지 끝에서 하얗게 서리 덮인 땅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이화은

벼랑 끝에 선 그대여 두려워마라

생(生)에 한 번쯤은 죄(罪)의 손을 잡고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것이니

가을은
모든 절망과 추락과 투신을 신(神)이 허락한 계절이다  

 

[시평]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나뭇잎들은 모두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얼기설기 가을 하늘을 가리고 있는 풍경 속, 아직 남은 붉디붉은 감 하나 감나무 가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하얗게 서리가 덮인 땅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언제 그 기운이 다 하여 떨어질 줄 모르는, 그 시간을 견디며 감 하나 위태,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마치 벼랑 끝에 선 사람 마냥, 매달려 있는 감. 벼랑에 서게 되면, 그래서 이제 떨어지고 말면 그만이라는 절박함, 그 절박함 앞에 서게 되면, 어떠한 생각이 들까. 그만 손을 놓아버리고,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는 그러한 충동에 사로잡히게 될까. 그리하여 생(生)에 한 번쯤은 죄(罪)의 손을 잡고, 에라 모르겠다하며 텀벙 뛰어내릴 그럴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들게 되는 걸까.

가을, 모든 것이 조락하고 있는 계절, 이 가을에 서면, 사람들 모두 이러한 마음 한번쯤은 지니게 될 것이다. 시인의 마지막 단안과도 같이, 가을은 바로 모든 절망과 추락과 투신을 신(神)이 허락한 계절, 계절이 아닌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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