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이 세상의 물건에는 그에 맞는 값이 붙는다. 지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커피전문점이다.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만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가격이라고 한다. 고객은 손해보려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받은 서비스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다시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개인이 하는 일반적인 커피숍에서 기준이 되는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3500원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비싸기도 하고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나잇값’일 것이다. 나잇값을 가장 먼저 정하는 것은 자신이다. 하지만 나잇값을 너무 높게 정하면 건방지게 되고 너무 낮게 정하면 초라해지거나 비굴해질 수 있다.

사실 나잇값은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가끔 자기 나이를 들먹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분명 나잇값만큼을 잘 못 사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이 들면서 배운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실천하고 그래서 내가 살아온 어떤 나이대도 잘 이해하는 그런 사람은 자신의 나잇값만큼을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책을 읽다가 간디에 대한 내용을 읽었다. 어떤 부인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설탕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간디는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했다. 하는 수없이 부인은 아들을 데리고 돌아갔다가 다음 주에 다시 간디를 찾았다. 간디는 그 부인의 아들에게 설탕은 정말 몸에 좋은 것이 아니니 먹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부인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없다고 느끼자 왜 지난주에 말씀해 주시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간디는 지난주까지는 자신도 설탕을 좋아했노라고. 그래서 일주일동안 설탕을 끊어보고 와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알든 알지 못하든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철학, 그런 것들이 모두 모여서 나잇값이 된다.

자신의 살아온 나이들을 돌아볼 줄 알고, 그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며 때로는 내가 나이를 더 먹었을 때를 미루어 짐작하고 그 나이대의 사람들까지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최고의 나잇값을 갖게 될 것이다.

언젠가 시집간 큰 딸이 자신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살림을 하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훨씬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살았냐는 말에 울컥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면서 반성이 됐다. 필자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 힘든 것만 생각했지, 부모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를 생각하지는 못했다. 딸보다 이십여 년을 더 살았지만 나잇값만큼 잘 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아직도 욕심이 많다. 그 중 하나가 헛되이 나이먹지 않는 것이다. 나이먹는 것도 억울할 수 있는데 나이만 먹고 나잇값은 그대로라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더도 덜도 말고 나잇값만큼 살고 싶다. 어느 날 나잇값만큼 살고 있다고 느끼는 날이 온다면 그 이상은 행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잇값을 의식하면서 살고 있다면, 아니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서 당신의 진정한 나잇값을 만들어 줄 것이니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