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미 3자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6.30
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미 3자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6.30

문재인 정부가 오는 9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제와 남북관계, 권력기관 개혁 등 국정 핵심 분야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돌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에 직면한 상황에서 본지는 지난 문 대통령의 임기 2년 반을 되짚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北 비핵화’ 개념부터 문제

北 도발로 군사합의 무의미

대북 치우쳐 주변국에 소홀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년 반 동안 ‘외교·안보·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남북관계에 치우쳐서 북한 문제에 매달리다보니 한미동맹과 주변국 관계 등에서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문제와 남북관계에 진전도 없어서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핵화 정립 안 돼 韓 패싱론까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에 대한 염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일이지만, 북한의 ‘비핵화 개념과 로드맵’에 대한 정의를 초기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외교·안보 정책에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이끈 점과 ‘4.27남북정상회담’ ‘6.12북미정상회담’을 이끈 것은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북한 비핵화 개념과 방법, 로드맵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을 진행한 결과를 가지고 미국과 긴밀히 논의해 정립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의 비핵화 개념과 방법에 대해 한미 간 충분한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진행한 결과 남북 합의 사항이 미국에 의해 부정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본지의 질의에 “지난 2018년 3월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에 특사로 다녀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체제가 보장되고 위협이 해소되면’이라는 조건이 붙었다”며 “이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이 해체돼야 한다는 과거 주장과 같은 말로, 정부는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과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을 확인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신 센터장은 “문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으로 포장했고 그 결과 북한의 외교적 고립만 탈피시켜줬다”며 “북한은 미국과 직접대화가 연결되자 한국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한국의 대미영향력이 약화된 이후에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北, 무기시험 함박도·군사시설 설치

문재인 정부의 안보에 대한 평가는 남북이 ‘9.19 군사분야 부속합의서’를 도출했지만, 최근 북한이 첨단 재래식 무기체계 도발을 감행하면서 합의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범철 센터장은 “정부는 군사분야 신뢰구축을 위해 가장 우위에 있는 북한 감시정찰 능력을 양보했고, 북한은 첨단 재래식 무기를 발전시키면서 합의서 정신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은 남북 기본합의서에 서명하는 과정에서도 서해 함박도에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등 군사적 신뢰구축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정성장 본부장은 “9.19군사합의 이후 한반도에 일시적 긴장 완화가 있었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단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으로 다시 긴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해서 북미실무접촉·남북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의 개념과 방법, 북미·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이 논의돼야 하지만, 북한은 작년 김정은이 방중 이후 경제상황이 호전되면서 비핵화 협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 북한이 신형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위성을 발사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지소미아·방위비 문제… 동맹 불안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에 치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주변국 외교에는 소홀했다고 지적됐다.

신범철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로 인해 과도한 방위비 분담 압박이 전개되고 있고, 제멋대로의 행동을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위기에 처했다”며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타협을 하게 되면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이어 “문재인 리스크도 존재한다”며 “한미동맹 보다는 북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다보니 제재완화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했고, 한일관계 악화 이후 미국의 거듭된 요구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택하면서 미국의 불만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본부장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 “한미 간 갈등이 있지만 적절한 선에서 타협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적게 내는 대신 미국의 첨단무기를 더 많이 구입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서 “한일관계 관리 차원에서 재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와 연계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인 대응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먼저 배상을 하고 일본 전범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아내는 문제는 식민지 지배로 인한 피해에 대한 국제적 관례를 고려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중국에 대해선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 반대, 미국 미사일 방어 가입 반대, 한미일 안보협력 발전 반대) 입장을 밝힘으로써 저자세 외교를 거듭했고, 일본에 대해선 강제징용 판결 이후 강대강 대결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외교부의 전문적 조언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외교부 패싱을 낳았고, 정책에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외교부는 사기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외교 다변화는 좋은 방향이지만, 새롭다기보다는 기존의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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