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사고전 원청에 보고한 작업 사진. 지난달 30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오후 1시 05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K건설사가 시공)에서 인부 A(57, 남)씨가 옹벽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던 도중 4m 20㎝(건설사 2m 주장) 아래로 추락했다. (제공: A씨 유족) ⓒ천지일보 2019.11.6
A씨가 사고전 원청에 보고한 작업 사진. 지난달 30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오후 1시 05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K건설사가 시공)에서 인부 A(57, 남)씨가 옹벽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던 도중 4m 20㎝(건설사 2m 주장) 아래로 추락했다. (제공: A씨 유족) ⓒ천지일보 2019.11.6

하청대표 “감금·폭행, 강압적으로 작성한 각서 무효다” 주장

유족 “사망에 대한 분노였을 뿐, 감금·폭행 어불성설”

K건설사 “분위기상 지켜볼 수밖에 없어”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원·하청 책임자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 회피만 치중하고 있다”고 유족들이 주장하며 격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오후 1시 05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K건설사가 시공)에서 인부 A(57, 남)씨가 옹벽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던 도중 4m 20㎝(건설사 2m 주장)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A씨는 머리와 목을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31일 오후 11시 30분께 숨졌다.

유족들은 “건설사는 지금까지 유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 한마디 없으며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어 발인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사 측에서 조문은 왔었지만 사망 경위 설명 한마디 없었다”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합의 과정에서 높아진 언성과 말투를 두고 폭행·감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유족 “합의 부분 역시 원청, 하청 모두 뒷짐 진 상태다” 주장

A씨의 아들에 따르면 지난 3일 K건설사의 하청업체인 C건설사 대표와 이사가 찾아와 유족들과 2억원을 보상하는 조건의 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면서 술도 한잔하고 K건설사 합의부와 함께 오겠다 약속하고 갔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4일 연락이 없어 B건설사에 전화를 했더니 “어제 작성한 각서는 무효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유는 각서를 작성할 당시 ‘감금·폭행을 당해 강압적으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유족은 “빈소가 마련된 곳이 문을 잠글 수 있는 곳도 아닌데 감금·폭행 운운하며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뻔뻔함을 보였다”며 “당시 외삼촌이 너무 화가 나 건설사 간부의 뒤통수 한 대 때린 것이 폭행이라면 CCTV를 수집해 신고하라는 실랑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청인 K건설 현장소장은 “D건설 대표로 들은 바로는 당시 감금·폭행이 있었고 현재 형사 고발된 상황”이라며 “합의 부분은 형사사건이 결론이 나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건설 본사 담당자는 “하청인 D건설사가 나서 합의를 해야 함에도 과정에서 유족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원청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으로 합의에 적극 나서야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최초 합의 과정에서 중대한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분위기상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사망 사건에 대해 분노해 언성이 높아진 상황을 폭력배 운운하는 것은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부산지방노동청 사고현장 ‘작업중지명령’ 내려

지난 5일 A씨가 공개한 사고 당시 현장 사진을 타 건설사 안전과장에게 문의한 결과 사고 현장의 안전보호구 지급 대장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 외 문제점으로는 ▲안전난간대 누락(중간 난간대) ▲안쪽 벽 난간대 미설치 ▲발끝막이판 미설치 ▲벽이음 미설치 ▲쌍줄비계 이상 ▲추락 주의 타포린 미설치 ▲생명줄 미설치 ▲안전망 미설치 등 사고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부산노동지방청은 ‘산업안전보건법시행규칙 제2조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에 따라 사고 현장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옹벽 외부 비계작업)을 내린 상태다.

최근 노동청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추락사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부분은 안전고리(생명줄)를 걸지 않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당한 참변인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05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K건설사가 시공)에서 인부 A(57, 남)씨가 옹벽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던 도중 4m 20㎝(건설사 2m 주장) 아래로 추락한 현장 모습. (제공: A씨 유족) ⓒ천지일보 2019.11.6
지난달 30일 오후 1시 05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K건설사가 시공)에서 인부 A(57, 남)씨가 옹벽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던 도중 4m 20㎝(건설사 2m 주장) 아래로 추락한 현장 모습. (제공: A씨 유족) ⓒ천지일보 2019.11.6

◆유족 “다른 물체 충격으로 사망한 것 같다” 의심

유족들은 A씨의 사고를 두고 추락사가 아닌 다른 낙하물, 혹은 물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이유로는 건설사 측이 A씨가 2m에 높이에서 부주위로 떨어져 사망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사고 후 장례일은 하는 지인 D씨에게 부친의 시신을 맡겨 D씨에게서 머리 부분이 한쪽은 12~13㎝, 다른 한쪽은 8㎝가량이 찢어져 있었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천지일보와 전화 통화가 연결된 D씨에 따르면 당시 시신 머리에 500원짜리 동전만한 구멍 두 개가 있었다. 뇌가 보일 정도로 심했으며 그래서 봉합을 했다는 것이다.

D씨는 “상처를 봐서는 2m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생긴 상처로 보기엔 힘들었다. 추락사라고는 하지만 다른 낙하물로 인한 1차 충격 후 떨어지면서 1번 경추가 손상되며 뇌사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짐작했다.

A씨 아들은 “안전모에 혈연이 없었다. 머리가 두 군데가 찢어져 있었는데도 다친 이마 부위의 혈연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며 “당시 A씨가 추락할 당시 사고 현장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건설사 측의 말대로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낙하물로 인한 사망인지 추락사인지 목격자도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상처를 봐서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의문을 드러냈다.

사고 당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최초 목격자는 ‘쿵’하는 소리를 듣고 A씨가 추락한 곳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대표는 “원·하청 담당자들은 유족들이 장례도 못 치르고 발인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건성건성’ 시간 때우기 식으로 유족들이 지칠 때까지 버티고 있다”면서 토로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원청과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 재해가 회사의 명백한 책임으로 발생했지만 처벌이 너무 가벼워 건설사들의 안일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문제점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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